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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과 관계 맺기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4년 12월 2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일 전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더랬다.


겨우겨우 묻어둔 기억이 요즘 부쩍 다시 이따금씩 불쑥 튀어오른다. 그럼 또 그 증오와 화에 한 15분 정도 빠져들다가 정신을 차린다. 지금이라도 쳐들어가 멱살이라도 잡고 도대체 왜 그랬냐고 따져볼까 하지만, 이내 체념한다. 그것의 무한 반복이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악몽을 꾸는 건 다분히 영화적인 연출인 줄 알았다. 내가 직접 그런 꿈을 꿔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말 좀 하자고 메시지를 보내니 또 왜 지랄이냐는 날 선 답장을 받고, 이번에는 나도 절대 안 물러선다는 각오로, 최대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말들을 쏟아낸다. 하필 또 꿈 속이라 채팅창은 뿌옇게 보이고, 타자는 안 쳐진다. 그걸 이겨내고 한 자 한 자 꾸역꾸역 폭언들을 겨우 다 작성하고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 그 순간, 꿈에서 깼다. 그게 너무 열 받아서 바로 눈 감고 꿈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했지만, 터질 듯한 화에 이미 몸은 잠들기엔 너무 각성이 되어버렸다.


열 받아 뒤지는 줄 알았다. 개꿈을 곱씹는 지금 또 다시 열 받는다.


트라우마가 별 건가 싶다. 여전히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쯤 되면 내가 그 인간을 증오하는 건지, 내가 그린 어떤 상(像)을 증오 하는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미 바로 잡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나는 평생 그 인간에게 내가 하고픈 말 못 뱉고, 듣고픈 사과와 설명 못 듣고 죽을 것 같다.


그래서 막연히 불행을 빌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망각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개떡 같은 기억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고민을 해보았다.


올해 초 인도에 갔다와서 이런 을 썼다. 이 기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다시금 내 일상으로 돌아가도 그들의 삶과 조금이나마 공명했던 그 마음이 너무 옅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잊고 싶어도 잘 잊혀지지 않는 이런 상처받은 기억은, 내가 타인의 고통에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끔 하지 않나 싶다. 의도적으로 애써 그 기억을 불러내려 하지 않아도, 곧장 그 때의 속상함과 억울함, 그리고 소위 그 빡침이 동기화 되는 것은 개쩌는 궁극기이지 않을까. 늘 동정이 아닌 연민의 마음을 갖는 깊은 마음을 동경했다. 가만 보니 그 연민 뒤엔 모두 이런 상처가 있던 것 아닐까 싶다.


쓰고 나서 보니, 다 지난 일기들에서 했던 얘기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길을 안더랬다. 우리 이지은 선생님은 하여튼 다 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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