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는 어려워
- 3월 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6일
자유낙하의 2026이다. 박사 떨어지고, 페이퍼 떨어지고, 이제 하다하다 미사일도 떨어진다. 아, 그리고 토트넘도 떨어질 판이다. 황회장이 기대치를 낮춰 버릇해야한다는데, 요즘 제대로 배운다.
웬만해선 사과나무를 심고 싶었다. 오피스도 가고, 주차장에서 뜀박질도 하고 그랬다. 다만 미국정부에서 자국민 철수를 하라고 하니, 그냥 나가는 것이 맞겠거니 싶었다. 모레 뜰 예정이다.
상황이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아니라면 또 아니다. 대부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재난 영화와는 거리가 먼 그런 형국이지만, 여전히 요격 되는 소리는 때때로 울리고, 언제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괜히 가벼워지려 거진 의무적으로 모든 대화에 키읔과 시덥잖은 농담을 넣고 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괜히 오버를 하게 되는 것 처럼, 그렇게 은근한 불안을 숨기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겠지. 마음이 영 뒤숭숭하다. 부디 모두 무사했음 좋겠다. 떠나기 전 보고픈 얼굴들이, 고마웠다고 꼭 전하고 싶은 이들이 많다. 내가 하는 이 고민들이 몇 주 뒤에 보았을 때 피식하고 넘어갈 우스운 기우이기를 바란다.

거의 밤을 꼴딱 새워가며 계획을 수립했다. 그 과정 중에서 강하게 느낀 점은, 인간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기 어려워 하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각종 오픈톡방을 들락날락 거렸는데, 실시간으로 예민해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각종 질문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디서 온지 모를 자신감으로 의견을 내비치는 사람들, 그리고 서로 싸우는 모습. 결국 본인이 스스로 사고하고 책임지기 어려워 하다보니, 타인에게서 validation을 구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태반이 노이즈고,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그리고 책임도 본인의 몫이고.
가만 보면 주식시장도 그런 경우가 대다수인데, (구태여 큰 단어를 써서 공포감을 조성하고 싶지는 않다만,) "목숨"이 걸린 문제에 오니 그 양상이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오만을 가자고 마음을 먹고 온갖 정보를 수집하다가,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대사관 서기관님의 말에 의지가 꺾였고, 그러다가 미리 오만으로 뜬 내 친구를 보면서 괜히 미뤘나 하다가, 또 혼자는 못 갈 것 같다가도, 친구들이 모여서 갈 궁리를 한다니까 또 부리나케 합류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도 비행기 표 바꾸는데에도 마음이 갈대 마냥 몇 번을 그랬는지 모른다.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다소 비인간적인 기질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확신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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