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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피드백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4년 3월 3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6월 5일

저 멀리 런던에서 놀러온 친구들이랑 새벽까지 골프 치다 돌아와서 쓰는 글이다. 평소라면 절대 안 할 짓이다. 아 물론 1등은 내가 먹었다 음하하. 얘들이랑 있으면 항상 고딩 때처럼 유치해진다. 간만에 뇌 빼고 놀고 있다.


비몽사몽해서 제대로 글이 안 나올 것 같긴 한데, 흩뿌려진 생각의 파편들이 날아가기 전에 일단은 허겁지겁 긁어모아본다.


월가아재님께서 상세한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엄청 귀찮게 굴었는데, 어쩜 이럴까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답해주셨다. 항상 느끼지만, 나도 저런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감사인사를 아직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내일 정신 말똥할 때 각 잡고 쓸 예정이다.


피드백을 요약하자면 대충 그렇다:

  1. 실력 부족보다는 핏이 맞지 않았다고 보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하자.)

  2. CS 기본 지식은 탄탄하다. 신입 ML Engineer로 큰 손색이 없어보인다. 다만 우리는 연구직은 석사 이상, 개발팀을 경력직을 뽑는지라, CS 부분에서 어필되는 것은 많지 않았다.

  3. 퀀트 쪽에선 여러모로 부족했다 (여기서 개까였다 으엉엉). 리그레션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행동주의펀드 프로젝트의 경우, 오히려 사이킷런이나 케라스 정도의 라이브러리 돌려보는 수준 밖에 안 되어서, 오히려 학부수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상당히 아쉬웠다. 일류급 논문의 구현이나, 나아가 페이퍼를 내는 성과가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4. 지금 커리어가 다소 산발적이다. CS, DS, 퀀트, 매크로 등등 말이다. 뭐, 하나 하나 뜯어놓고 보면 나쁘지 않으나, 기업 입장에서만 보았을 때는 하나의 칼을 제대로 간 사람을 더 선호한다. 고로, 하나를 제대로 파는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취할 건 이 정도가 있다고 본다:

  1. 행동주의 펀드 프로젝트는 많이 아쉬웠다고 본다. 패인은 몇가지가 있다. 첫째로, 애초에 그릇이 작은 연구를 했다. 꼴랑 예측모델 성능 높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조금은 더 큰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둘째로, 퀀트라는 분야에 대해 충분히 알지를 못했다. 솔직히 해봤자 강의 몇 개 듣고 리포트 몇 개 깨작인게 전부였다. 내가 한 건 퀀트가 아니라 주식이었다.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건데, 이런 분야, 내지는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아는 것도 실력이다. 이를 알고자 했으면 전문지식이 있는 교수를 찾거나, 유관 논문을 많이 읽어서, 요즘엔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을 해봤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매우 부족했다.

  2. 아재님도 그렇고, 요즘 채용 공고를 보는데, 논문을 읽고 빠르게 구현하는 능력을 상당히 중요시 하는 것 같다. 이게 논문을 냈다는 사실보다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 유니스트 출신에 OpenAI로 스카웃 되셨던 김태훈님 그 분도 텐서플로우로 오지게 구현해서 뽑혀가신걸로 안다. 고로 이 능력을 향상 시키는데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3. 학부 과정은 탐색이었다. 경제학과 가다가, 컴싸로 바꾸다가, 퀀트 하겠다고 까불다가, 개발이 뜬대서 그것도 건드려보다가, computational social science/econometrics도 끄적이다가, 이제는 딥러닝에 꽂혔다. 학부는 원래 그러라고 있는 것이니 괜찮다. 하지만 이제는 노선 하나를 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요즘 강화학습을 공부하며, 전에 투자 공부하며 스파크 튀던 감각을 다시 한 번 느낀 것 같다. 이건 호재다. 나는 하나에 꽂히면 그래도 그 몰입의 힘이 꽤 세다. 작년에 노력할 마음이 안 들어서 글을 장황하게 썼는데, 아무튼 이젠 딥러닝으로 좀 제대로 파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퀀트나 경제를 팔 때는 방법과 실리적인 접근을 몰랐고 가이던스도 없었다. 만약 연구를 하게 된다면, 1년 동안은 논문 읽고 코드 쓰고 하는 것만 주구장창 해야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음 일단 잘 모르겠다만, 그게 되는 환경으로 직장을 잡든가 해야겠다. 그리고 석사 준비도 한 번 착실히 해야겠다. 학위를 따든 일을 하든 어떤 형태로든 간에 공부는 좀 더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요즘 딥러닝이 재밌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의 사고방식을 컴퓨터로 모방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흡사 철학 같다는 생각 든다. 그리고 철학 공부는 재밌다. 교수님이 최근에 꽂힌 논문이 i-JEPA인데, 마스킹 기법으로 기계가 "맥락"을 파악하는 신개념을 들고 온다. 볼 때 마다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여름에 하는 연구도 로보틱스 쪽인데, 요즘 이런 생각하면 막 설레고 그렇다. 설레는 일이 생긴 건 너무 좋은 일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 아무래도 너드끼가 좀 있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구나 학계, 이런 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애초에 집안도 대단히 학구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내 공부머리도 상당히 굼뜬 편이다. 그리고 공부벌레나 책벌레는 아무래도 섹시해보이진 않는다. 좀 샌님 같아보인달까.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공부를 잘하진 못해도 꽤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몰입할 거리가 있다는 것은 나 같은 부류에겐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으니까.


물론 이러고 교수님이 갑자기 변심하면 또 짜게 식긴 한다. 하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그리고 웬만해선 안 그럴 것 같다. 교수님은 아무래도 내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 눈치다.


얘들이 잘 생각을 안 한다. 꼬라지를 보니 내일 스케줄의 절반은 날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와인에 쏘시송과 꽁떼를 보고 안 먹는 것은 직무유기다. 사실 내가 산거라 할 말은 없다. 아 물론 체크아웃은 문제가 없다. 친구가 회사 복지로 예약한거라 체크아웃 시간을 11시에서 4시로 연장할 수 있단다. 대감집 복지 훌륭하다.


술주정은 가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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