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은 악일수도
- Minwu Kim
- 2024년 11월 1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11월 27일
5월 즈음의 나는 내가 봐도 참 괜찮았다. 사람을 보며 웃었고, 조급해하지 않았고, 모진 말도 줄어들었다. 날씨로 비유하자면 초등학교 여름방학 첫 날의 하늘처럼 쨍했다. 탈피와도 같은 변화의 과정을 겪었고, 보다 어진 마음을 품기로 굳게 다짐했다. 뚫고 나가기를 진심으로 염원했으니까.
하지만 이내 다시 옛 버릇으로 돌아온 듯 싶다. 관성이란게 생각보다 억세다. 이에 대한 의식이 줄어버리니, 다시 이전에 날린 칙칙함이 들러붙는 듯 하다.
그 때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을 해봤다. 아무래도 내 상황인 것 같다. 졸업을 앞두고 한 시름 놓은 그 때와 달리, 지금은 또 내 머릿속을 채운 생각들이 많다. 박사 지원, 1년 뒤의 계획, 나와줘야 할 논문,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표정이 좀 심각해지고 입꼬리가 처진다.
사람이 여유가 없으면 모나게 되는 것 같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 않던가. 그 여유는 비단 물질적 여유 뿐 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여유도 포함된 개념 같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으면 남을 헤아릴 마음이 남아나지 않는다.
어디서 이런 심리학 연구를 주워들었다: 대학교 캠퍼스에 사람이 쓰러져있는데, 수업이 임박한 사람들이 돕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뭐, 생각해보면 당연해보이는 결과이긴 하다. 제 코가 석자면 남을 헤아릴 여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조급함은 악의 원천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몰아내 성공을 좇는다. 더 많이, 더 빨리. 그렇게 업적을 쟁취하지만, 밥맛 없는 자화상도 불가피하게 같이 딸려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놈의 개떡 같은 자본주의"니 뭐니 하며 한탄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를 핑계 삼아 "그러니 쉬엄쉬엄 하자" 라는 결론에는 달하는 것은 더더욱 못할 노릇이다. 그건 자기기만과 합리화에 너무 가까운 사고방식이다. 물론 이를 자기기만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아직 그 사고방식에서 탈피를 못 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지금의 나는 그게 멋져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하루의 시작과 끝에 3분 정도라도 짧게 이를 상기시키는 과정을 밟는 것이 어떤가 싶다. 하루의 계획과 복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노력해서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다짐을 길게 풀어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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