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
- Minwu Kim
- 2024년 7월 12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8월 1일
요 몇 주 일기가 밝다 못해 쨍할 지경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소 초치는 글 하나 써본다. 연초에 올해 느낌표만 던지고 간다고 했다만, 반년이 지난 지금 또 물음표 하나 던져본다. 나는 아무래도 줏대 없는 기분파다.
"손에 쥔 모래알"은 자주 쓰는 비유다. 그 모래알은 일이 될 수도 있고,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신념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 집착이 되어버리면 되려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더”를 하지 못해 자기혐오에 허덕일 당시 내게 “덜”을 하라는 말은 흡사 구원이나 진리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힘을 빼는 연습을 했다.
조금은 축 늘어진 지금, 마음은 꽤나 편안하다. 잔잔한 하루들이 흘러간다. 다만 이게 계속되다보니 흡사 욕망이 거세되어 치열함을 잃어버린 채 시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겨우 스물넷 먹고 세상 만사 다 통달한 척 으스대고 있는 것 같달까. 입신양명 부귀영화, 혹은 그 이상의 사명감, 전부 부질 없고 현재의 소소한 감사함을 느끼면 그만이라면서 말이다. 부딪히고 싸울 자신이 없어서 울타리 안에 안주하지만, 그 나약한 꼴을 자인하기 싫어 정신승리를 하는 방어기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다시 생각을 해보면, 나는 어쩌면 그 가학/피학적인 성향에 중독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급함을 연료 삼아 나 자신을 쪼아대는 내가 싫지만, 실은 그 깊숙한 내면에서 그런 나의 모습에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또 "다시 치열함을 품어보자" 다짐을 하자니, 다시 눈을 감고 그 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괴로움이 생생하다. 호흡이 꼬이는 입질이 온다. 그러고선 "그렇게 아파놓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살만 하니 다시 개버릇이 나오는구나." 하고 움츠러든다.
잘 모르겠다. 뭐가 맞는건지. 양가감정을 느낀다. 결국 진리는 그 중간 어딘가의 중용인걸까. 너그러움을 지닌 채 치열한 사람들이 있던데,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이 역시 정반합의 과정이길 바라며 글을 남겨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