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가치에 대한 생각
- Minwu Kim
- 2022년 10월 2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2월 25일
오르비의 창시자이자, 현재 신드밧드 자산운용 대표이신 이광복님의 글이다. 저거 보고 삘 받아서 학교 커뮤니티에 같은 게임을 올리고 했었다. (학교 평균은 약 34, 정답은 23이었다) 아무튼 저 글을 읽고 든 생각이다.
시장에서 누군가는 나와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내가 매수를 할 수 있는 것은 누가 매도를 했기 때문이며, 내가 매도를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매수를 했기 때문이다. 옵션시장에서는 투자자의 반대 포지션에 서주면서 돈을 버는 마켓메이킹이라는 비즈니스도 있다. 하지만 주식거래시, 특히 나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만 골라 투자한다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요, 백만명의 죽음은 통계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그 백만이 백만명의 한명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싱글플레이가 아닌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나 처럼 호가창을 보고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수천 수만명씩 모인 곳이 바로 시장이다.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것을 이해해야하는 이유는 "가격"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주식의 가격은 결국 수많은 시장참여자가 합의한 가치이다. 여기까지 얘기하니 자연스럽게 케인즈의 미인대회가 떠오른다. 즉, 내가 투자로 성공하려면, 내가 보기에 좋은 주식을 사기보단 남들이 생각하기에 뭐가 좋은 주식일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백날 삼성전자가 좋다고 하면 뭐하는가. 남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하면 안 오른다. 반대로 내가 백날 테슬라 거품이라고 하면 뭐하는가. 남들이 테슬라가 좋다고 생각하면 가격은 유지가 된다.
하지만 "멀티플레이"라는 자각만으로는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는 힘들다. 왜냐, 멀티플레이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듯, 가격은 그저 시장참여자들의 합의에 불과하다. 거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가격자체는 지극히 가치중립적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효율성"이나 "실수"라는 말조차 어불성설이 된다. 정답에 가까워야 효율적이고, 정답이 있어야 오답, 즉 실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이라는 것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근거로 매매를 해야하는가?
사실 멀티플레이에 정말 능한 사람들에게 정답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주식을 하는건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선 정답이고 뭐고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싸게 사주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 흔히들 투기나 도박이라고 일컫어지는 행위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돈을 벌 수 있으면 그만이니까. 가치투자로 번 돈은 고고하고 투기로 번 돈은 더러운것도 아니다. 혹여 투기로 큰 돈을 벌었는데 남들이 투기꾼이라고 비야냥거린다면 사뿐히 무시하고 나의 부를 유유자적 누리면 될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도 많지는 않지만 충분히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투기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서이다. 당장 코인판을 보자. 차트매매로 2천억을 번 워뇨띠 같은 인물도 있지만, 종국적으로 돈을 잃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루들이 투기로 못 번다더라"라는 말로 지레 투기자 (투기에는 선악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구태여 "꾼"말고 "자"를 골라봤다) 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죽이는 것도 현명하진 않은 것 같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나도 투기로 성공하는 극소수 중 하나가 될지. 하지만 확률상 십중팔구, 아니 백중구십구는 돈을 잃게 될 것이다. 최소 나는 그랬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모색을 하는 것이다. 그 다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가치투자"이다.
가치투자는 가격에 "정답"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사상이다. "멀티플레이"보단 "싱글플레이"에 가까운 방법론이다. 정답이 있으면 남들이 뭘하든 나는 정답보다 높으면 팔고, 낮으면 사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논리가 아주 타당하다. 주식이란 회사의 지분을 쪼개놓은 것이니, 주식은 결국 회사의 가치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주식의 본질에 가장 충실히 의거한 가정이며, 벤저민 그레이엄, 워렌버핏부터 시작해 수많은 성공사례들로 충분히 옳다고 검증이 된 사상이다.
잠깐만 삼천포로 빠져보자. 차트매매는 자기실현적인 경향이 있다. 코스피 2000에 반등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2000선에서 매수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가치투자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참여자 누구나 "주식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패턴을 믿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치투자가 차트매매와 다른 점은 패턴이 결코 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얘기했듯 주식은 결국 회사의 지분을 쪼개놓은 것이라는 본질은 절대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하지만 내가 6편 [가치투자는 죽었다]에서 얘기했듯, 가치투자로 돈을 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알파팩터가 하나 둘 베타팩터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정량적 요소보단 정성적 요소가 중요해진다. 이걸 다른 말로 하자면, 자기의 주관이 점점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누구는 성장성에 가치를 두고, 누구는 현금흐름에 가치를 두고, 누구는 경영진의 능력이 가치를 두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경향이 심해질수록 가치투자와 투기의 차이도 점점 모호해진다. 테슬라를 예시로 들어보자. 전통적인 가치평가, 즉 재무제표를 토대로한 가치평가 방법론으로는 테슬라가 도요타보다 시총이 크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미래 성장성을 따진다면 그 가격이 말이 될 수도 있고, 좀 더 나아가 테슬라 주가가 이 가격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 즉 그 두터운 팬층이 있다는 것 자체가 테슬라라는 기업의 "가치" 중 일부일지도 모른다.
투자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내재가치도 중요하고, 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생각도 중요하다. 따라서 우린 양쪽 다 중요시하여 되는한 확률적 우위를 높이는 방법을 전부다 끌어다 써야 하는 것이다. 그게 재무제표 분석이 되었든, 차트매매가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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