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시야
- Minwu Kim
- 2024년 3월 2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4월 25일
떨어졌다. 나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또 좋다 말았다. 최근 1년간 억까가 좀 심하다. 다들 그런 시기가 있다는데, 지금 내가 그런가보다. 또 한 번의 실패는 뒤에 있을 성공과 또 한 발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원래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저 모퉁이만, 저 앞의 모퉁이만 지나면 된다. 다 와 간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총 3라운드의 면접이었는데, 첫번째가 AI/CS, 두번째가 퀀트, 세번째가 대표님과의 BQ였다. 자가 진단을 내리자면 AI/CS 쪽에선 나름 무난하게 답했는데, 두번째 퀀트 쪽을 많이 그르친 것 같다. 많이 삐걱였고, 대화가 유려하진 않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것도 다 내 실력 문제이지 싶다. 같은 조건에서 다른 분은 훨씬 괜찮은 답을 했을터이니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 나를 채용한다는 것이 득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지레 짐작컨데, 대표님은 나를 꽤나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자칫하면 질척임에 가까운 짓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감사하게도 대표님은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웬만하면 데려오고자 하시려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락을 했다는 것은 타 임원진 분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내가 부족해도 좀 많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든다.
결국엔 실력 문제이다.
요즘 그래도 멘탈이 많이 건강해졌는지라, 속상한 마음을 누르고 구조적 사고를 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진 것 같다. 벌어진 일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며,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내가 결정할 문제이다. 쓴맛이긴 하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아마 이 기회를 잡았으면 많이 나태해졌으리라고 본다. 업무도 마음에 들어, 능력있는 사람도 많아, 돈도 잘 줘, 초장부터 이런 기회가 왔으면 나는 거기서 안주했을 것이다. 정신승리 맞는데, 정신승리는 필요하다. 정신승리로 멘탈을 부여잡고 앞으로 치고 나갈 수만 있다면 이건 좋은 정신승리다.
심호흡이 좀 필요하다. 이따금씩 조급함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진화론적으로 비교는 생존본능이며, 그렇지 않은 유전자는 진작 죽었다. 그런 마음을 삼켜내려고 해도, 하루 빨리 자리 잡고 성공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게다가 근 몇 년 간 계속해서 꽉 막히고 돌파하지 못하는 경험만 있었으니, 막연한 미래를 그리며 나중을 기약하는 것에 더더욱 신물이 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본기가 중요하다. 지금 겨우 이 정도 가지곤 멀리 못 간다. 나라가 하방을 막아주는 의대도 15년을 갈아먹는데, AI업계에서 꼴랑 몇 년 내로 잘 나가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난 아직 갈 길이 멀다.
만개한 사람은 다 담금질의 시간을 견뎠다. 실력이 있다면 다 따라오게 되어있다. 성실함은 불변의 가치이며, 끝까지 가는 놈은 결국 이긴다.
기억하자. 이런 행운이 찾아와도 내가 실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을. 준비가 안 되었으면 떡이 굴러와도 못 받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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