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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율 1위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4년 4월 19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6월 25일

저번 일기처럼 일상을 써본다:


유산소 비중을 늘리고 있다. 뇌 활성화에 있어 근력 운동은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별로 근육 욕심이 없다. 머리가 맑길 바랄 뿐이다. 5분 페이스로 3키로 정도 뛰었다. 오랜만에 뛰어서 숨도 찼고 발목도 아팠다. 한 때 4분 30초 페이스로 10키로 씩 뛰었는데, 그 때 수준으로 심폐지구력을 끌어올리고 싶다.


몇 마디 주고 받으면 "말 편하게 하세요"라는 식의 말이 항상 나온다. 어색하게 말을 놓는 이 상황은 해도해도 적응이 안 된다. 마치 관계를 정의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우리는 이제부터 말 놓는 사이" 이런 식의 선언 같다. 그 부자연스러움을 피하고 싶어서 원래는 괜히 더 어색한 척 "그럼 말... 놓을...게" 이따구로 되도 않는 연출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그런 작위적인 대응방식이 더 이상한 것 같다. 다음에는 호방한 척을 해봐야하나. 그런데 내 센 척도 어색함이 다 티나는지라, 그것도 똑같이 작위적이다. 아 그냥 뻔뻔한 척 자연스럽게 가야겠다.


메탈 시계를 하나 샀는데, 오늘 도착했다. 시계줄이 길어서 줄여야 했다. 쐐기를 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공구가 없어 다 쓴 펜으로 용써가면서 했는데, 손끝이 아직도 아프다. 하다가 열 받을 뻔 했다. 역시 나는 섬세한 손재주와는 거리가 멀다. 남들 5분 걸릴 거 15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어찌저찌 잘 줄였다. 나름 예쁜 것 같다.


그 친구의 미국 비자는 결국 안 나왔나보다. 그 친구도 참 아쉽게 되었다. 물론 그 친구는 워낙 똑똑하고 야무져서 뭐든 잘 할거라고 본다. 아무튼, 나 보고 랩에 빈자리 있나고 묻더라. 그만큼 요즘 좋은 곳 취업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실력 있는 사람이 이기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런 시장 상황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난세에는 물러나서 실력을 쌓으면 된다.


뤼이드 면접을 봤다. 포트폴리오 쪽은 내가 봐도 좀 잘했다. 척하면 척이었다. 하지만 컴공 기본지식에서 말아먹었다. 다 까먹었다. 공부 좀 해야겠다. 구십프로 불합격이지만 세 분 중 한 분 정도는 나를 꽤 좋아해주신 것 같다. 나름 고무적이다.



슈카아재 새 영상이 올라왔다. 한국의 자살율이 OECD 세계 1위라고 한다. 출산율도 박살 나서 작년 한 해에 23만명이 태어났는데, 같은 기간 동안 자살한 사람만 1만4천명이다. 매일 38명이 자살하고, 매 시간 한 두명이 자살하는 것이다.


출산 감소와 자살 증가는 감정적으로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저출산도 진짜 심각한 문제지만, 그건 그냥 애를 안 낳는거다. 거기에 그렇게 먹먹한 서사는 없다. 기형적인 인구구조 탓에 나라 경제 망할까봐 하는 보다 이성적인 밥줄 걱정 뿐이다. 하지만 자살은 보다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삶에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더 나은 방법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거다. 끙끙 우울해하다가 외로이 이 세상을 떠나기까지 결심하기 까지 그 사람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갔을까. 그런 생각하면 마음이 좀 심란하다.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노년층 자살율은 줄었으나 청년층 자살율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물론 청춘은 과대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청년이라고 더 반짝이는 것도 아니고, 중장년이나 노년이라고 더 초라한 것도 아니다. 모든 나이대는 우열이 없는, 흡사 다른 문화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저마다의 색채가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입장으로서 유독 젊은 층의 아픔에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현상에 대한 원인분석은 다양하다. 누구는 저성장기를 말하고, 누구는 물질주의를 말하며, 또 누구는 비교문화를 말하기도 한다. 누구는 남녀갈등을 말하며, 누구는 올바르지 못한 상벌이 있던 역사의 상처를 말하고, 또 누구는 50년대 부터의 고성장 경제체계의 부작용 얘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얘기하기 싫다. 자살을 하는 이유는 결국 마음의 병 때문이며,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마음을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내 나름 지독한 바닥을 찍고 한 가지 느낀 것은, 이건 말만 하면 낳는 병이며, 또 말을 해야만 낳는 병이라는 것이다. 첫째로, 말만 하면 낳는 병이라는 것은, 나의 힘듦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그에 대해 도움을 청하며, 또 주위 사람들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불치병이 아니라는 거다.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말이다. 둘째로, 말을 해야만 낳는 병이라는 것은, 이건 내버려두면 자연치유가 되는 그런 류의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의 치유는 그 힘듦을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자연치유는 한계가 있어서 특정 임계점을 넘어가면 우울함이 낫지 않고 곪아버린다.


물론 나도 내 몇가지 작은 경험만을 가지고 우울을 일반화하는 걸지도 모른다. 특히 마음이란 것은 다분히 복잡하고 사적인 영역이라 더더욱 일반화가 쉽지 않다. 좀 듣기 안 좋은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무슨 방법을 동원해도 죽지 않고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1만4천명 중에 조금의 도움만 있었다면 충분히 죽지 않고 극복해낼 사람도 많았을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 괴로우면 나와 같은 경험했던 사람이 있나 찾아보게 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말, 또 그걸 이겨낸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렇다. 그리고 실제로 찾아보면 그런 사람 진짜 많다. 학교 정신상담은 항상 부킹이 차있고, 외부 병원도 그렇다. 주위에 넌지시 물어보면 정신과 경력직들이 한둘이 아니다. 숨이 안 쉬어져서 공황증세를 찾아봤을 때, 유관 경험담도 인터넷에 수두룩 빽빽이었다. 그런 선례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인간실격> 같은 피폐물이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 그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싶다. 원래 공포와 절망감은 "나만 이렇다"는 고독에서 온다. 그것이 해소되면 훨씬 견딜만해진다. 다만 평소에 그런 얘기를 잘 안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고독에서 쉽게 빠져나오질 못한다.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개선은 정말로 필요한 것 같다. 몰랐는데, 나도 이번 기회에 내가 상당히 후진적인 마인드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물론 남들이 정신과 갔다고 해서 "얘는 정신머리가 이상한 애야"하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죽 힘들면 그랬겠냐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거길 제 발로 걸어들어가기엔 영 내키지 않았다. 남들도 다 이 정도는 안고 가나보다 했고, 그게 엄살 같아서 싫었다. 뭐랄까, 겨우 이 정도 일 가지곤 정신치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다. 가만 보면 평균 올려치기 문화는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정신병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우울에 대한 기질은 어릴적 가정환경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 처럼 예쁨만 듬뿍 받고 자란 애가 우울을 느끼면 꼭 엄마아빠가 나 잘못 키웠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게 미안했다. 말로는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얘기를 함에도 나한테 만큼 그게 용납이 안 되었다. 이래 놓고 끝까지 약 안 먹고 뻐팅긴 것만 봐도 그렇다.


자그맣한 사명감을 느낀다. 나처럼 글로라도 털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내 주위는 감정 표현 잘 안 하는 과묵한 인간들이 태반이다. 그런 이들이 그런 힘듦을 겪을 때 따스한 포옹을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한다.


아무튼, 자살율 뉴스는 내 마음을 안 좋게 한다. 2024년에 대한민국 땅에서, 그 풍요롭고 평화로운 곳에서, 사람들이 불행을 못 견뎌 자살한다는게 너무 안타깝다. 물론 내가 뭐 대단한 애국자도 아니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이상주의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당장 제 코가 석자인데, 자기 앞가림이나 잘 할 것이지, 무슨 나라 걱정인가. 하지만 그래도 OECD는 1위는 진짜 개에바다. 딱 평균이라도 했으면 하는 것이 무리한 바램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이 대체로 지금보다는 좀 덜 아팠으면 좋겠다.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요즘 부쩍 타인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을 살린다"는 마음이 무슨 의미인가를 고찰하려 했으나, 그런 개똥철학은 이제 그냥 안 할까 싶다. 어떤 것들은 그냥 신성불가침한 명제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길어봤자 100년 남짓 사는 삶, 이 정도는 그냥 무철포로 믿고 가도 별 탈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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