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일 때
- Minwu Kim
- 2022년 2월 28일
- 2분 분량
난리 났다. 역사의 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이럴수록 잔가지는 걷어내고 알맹이만 남겨야한다.
다가오는 3월 FOMC에서 곧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이다. 그 전에 미리 생각정리를 간단하게 해보려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이에 따라 대비해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 돌아가는 모든 판세가 다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
1. 원유가격 상승:
유가가 100달러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유가가 오르면 생산비용이 오른다. 그럼 물가도 오른다.
내가 바이든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를 생각은 이란과의 핵합의일 것이다. 러시아가 명분을 잃은 전쟁을 일으켰는데, 이란도 그 편에 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 수요를 따라잡을 공급이 필요하다.
공급을 늘리려면 신규시추 허가, 즉 기름을 더 많이 캐낼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문제가 있다.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바이든이 신규시추를 허락하기 쉽지 않다. 같은 이유로 셰일가스 산업도 지원하기 힘들다.
물론 여기서 러시아라는 변수가 생겼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자 바이든은 본인들이 원유 생산 확대해서 유가를 잡겠다고 했다. 친환경도 전범국 규제만큼 합당한 명분이 되진 못한다. 따라서 원유 생산을 조만간 대폭 늘리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긴 하다. 그러나 과연 러시아 공급차질이 가격을 들어올리는 힘이 셀까, 미국이 증산해서 가격을 끌어내리는 힘이 셀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따라서 원유가격을 당분간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2. 농업 인플레이션
농업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세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창지대를 갖고 있다. 문제는 중동지역이 특히 우크라이나 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료품 가격상승은 당연히 수순이다. 조만간 학교 D2 파스타가 35디르함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유가 상승이다. 유가가 오르면 콩이나 옥수수같은 데에서 기름을 짜내서 쓴다. 기름값이 오르면 차라리 농작물에서 뽑아내는 것이 수지타산이 맞는다. 그렇게 사람들이 먹어야 할 곡물들이 기름 짜는데 쓰이게 된다. 곡물 가격은 또 오른다.
셋째는 이상기후이다. 최근 라니냐 (해수면 온도 급상승 현상) 때문에 남미에 대형가뭄이 일어났다. 흉작 탓에 콩, 대두, 그리고 커피값까지 모두 올랐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400원 오른 이유이다.
3. 그린플레이션
Greenflation.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오르고, 그로 인해 물가도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대신 종이 빨대를 쓴다든가, PLA를 쓴다든가 하는 것이 다 여기에 해당된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400원 오른 또 다른 이유이다.
친환경은 정권이 교체되어도 바뀌지 않는 몇 안 되는 시대정신이다. 친환경규제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고, 생산비용은 또 그만큼 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4. 인건비 상승
2000년대 초반 경기는 좋은데 물가는 오르지 않았던 호시절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였다. 그래서 그 당시 전세계 제조업 공장이 중국으로 몰렸다.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도 많이 올라왔다. 다들 다음 타자로 베트남 같은 동남아를 지목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는 인건비 상승의 새로운 주범이다. 연준의 돈뿌리기로 부동산도 물가도 다 올랐다. 그럼 당연히 인건비도 올라야 한다. 아니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한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최저수준이고 기업들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자리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구직자가 적어져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건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5. 연준
이건 그냥 해보는 소리이다. 연준은 사실 물가를 딱히 잡을 생각이 없을수도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천정부지로 솟은 상황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부채경감을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다만 이건 다소 오버띵킹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바이든 지지율이 수직낙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나 몰라라 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에 대해선 1편에 보다 상세하게 적었다).
구구절절 얘기했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인플레이션은 확실해보인다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