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이유
- Minwu Kim
- 2022년 9월 2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2월 25일
전편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비트코인은 원자재이며,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합리적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그럼 자연스럽게 두번째 질문이 따라온다: "과연 비트코인은 금 같은 가치저장수단을 넘어 화폐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오늘은 이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1. 의외로 문제가 아닌 것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이유 중에 흔히들 나오는 얘기가 몇가지 있다. 이를테면 지나친 변동성이라든가, 너무 느린 TPS와 비싼 가스비라든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든가, 등등이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큰문제가 되지 못한다. 본질적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일단 이것들이 문제가 아닌 이유에 대해 설명이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나서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진짜 문제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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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나친 변동성
"화폐가 화폐의 기능을 하려면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심하다. 그래서 화폐가 될 수 없다." 이게 일반적인 생각들이다. 나도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건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로 선물거래가 있기 때문이다.
선물거래는 원활한 곡물거래를 위해 탄생했다. 곡물은 계절이나 날씨나 자연재해 등의 문제로 공급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가격의 변동성 역시 심하게 날뛰게 되었다. 이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선물거래가 생겨난 것이다.
비트코인도 같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6개월 후에 1BTC 를 송금한다고 해보자. 현시세는 20k인데, 6개월 후에는 10k가 될수도, 30k가 될수도 있다. 그럼 여기서 비트코인 옵션의 마켓메이커가 개입을 해주면 된다. 콜 포지션을 잡는 사람이 있고, 풋 포지션을 잡는 사람이 있다. 6개월 후와 현재의 시세 차이는 이 콜과 풋의 도박판에서 해결해주면 될 일이다. 현재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맨날 벌어지는 일이 이것이다. 그리고 크립토업계에선 이를 스마트컨트택트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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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너무 느린 처리속도와 비싼 가스비
비트코인은 느리다. 그리고 비싸다. 해시레이트가 커지면 이 경향은 더더욱 도드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여러가지 있다. 이를테면 샤딩이라든가, 세그윗이라든가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로 라이트닝 네트워크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수만가지 거래내역을 다른 중앙화 된 채널에서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묶어버린 후에, 그것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리는 것이다. 어찌보면 P2P 탈중앙화 정신에 위배되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주체가 발권력을 가지지 않는 특성은 바뀌지 않는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시장이 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비트코인이 달러를 이기고 전세계의 화폐가 된다고 도전적인 가정을 해보자. 그럼 제도권 은행이 할 수 있는일은 하나의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되는 일이다. 그들은 지금 하던대로 고객들의 이체 내역을 관리하고, 그것들을 하나의 트랜잭션에 묶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올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 역시 금융권에겐 전술한 선물시장과 같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기 때문에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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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반감기 문제, 그리고 채굴의 끝.
비트코인은 프로그램 상 반감기가 있다. 4년 주기로 채굴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반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아직 채굴되지 않은 비트코인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비트코인이 100% 채굴되는 날은 2140년 부근이다. 하지만 99%가 채굴되는 시점은 2030년 즈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채굴종료로 본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년 남았다.
그럼 당연히 이런 문제를 떠올릴 수 있다: 채굴보상이 줄고, 남은 코인이 줄어들면 - 채굴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줄고 - 그럼 채굴자가 줄고 - 시스템의 불안정성은 커진다. 이 문제 때문에 비트코인은 지속 불가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그만큼 올라주면 그만이다. 그럼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자본유입과 신뢰의 문제인 것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도 굳건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비트코인에 지속적으로 자본유입이 되어 가격이 오를 것이다. 그럼 채굴보상이 줄어도, 아니 채굴이 끝나 거래검증 가스비 밖에 못 받아도 채굴자들은 채굴을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길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나중 말고 지금에서도, 심지어 1비트코인당 몇 십만원 밖에 되지 않은 과거에도 동일하게 던졌을 의문이다. 그 낮은 비트코인 가격에도 해시레이트를 줄곧 올라가기만 했으며, 앞으로도 자본유입이 충분히 된다면 채굴자들의 이탈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느냐이다. 신뢰를 못 쌓으면 폰지사기, 신뢰를 쌓으면 차세대 금이 되는 것이다. 반감기와 채굴의 끝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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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친환경 문제 - 전기의 금융화
(이 얘기가 제일 재밌다. 진짜 대유잼!)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량이 핀란드 국가 전체의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늘 친환경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쓸 데 없는 수학 문제 푸는데 저렇게 많은 전기를 잡아 먹고 있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일단 전기가 쓸데 없는 곳에 쓰인다는 것에는 반박을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비트코인은 전기사용량은 비트코인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비용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쓸데 없다"라고는 함부로 얘기하기 힘들다.
그 다음 문제를 생각해보자. 그럼 전기소모는 비트코인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인가? 놀랍게도 그렇지가 않다. 비트코인은 전기라는 것에 화폐적 유동성을 공급해준다, 혹은 전기를 금융화 시킨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전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전기를 저장하는 것은 공학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보조배터리를 생각해보자. 보조배터리를 풀충전해도 하루에 평균 약 2%가 방전이 된다. 고로 전기는 저장하기 보다 생산하는 즉시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다. 더 오래 더 많이 저장할 수록 다 많은 전기가 낭비된다.
예시를 들어보자.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전기는 해가 뜨는 아침에만 생산이 된다. 그리고 밤에는 배터리에 저장 된 것을 마저 가져다 쓴다. 남는 준향은 저장한다. 앞서 얘기했듯 전기를 저장하는 것은 몹시 비효율적이다. 그럼 그 전기를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을 하면 된다. 어찌 보면 잉여 전기를 파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듯 비트코인은 전기를 금융화 시킨다.
이것도 충분히 와닿지 않으니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벼농사꾼이 하나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벼 농사꾼은 쌀 100가마를 수확했다. 하지만 일가족이 먹는데에는 10가마면 충분하다. 그럼 남은 90가마는 어떻게 하는가? 건조한 곳에 보관해서 최대한 썩지 않게 둘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좋은 방법은 남은 쌀을 팔아버리는 것이다. 그 쌀을 판 돈으로 반찬을 사먹는게 훨씬 이득이다.
여기서 전기가 바로 쌀이다. 전기 저장 효율을 개선하는 일은 마치 어떻게 쌀을 덜 썩게 하고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다. 하지만 전기를 즉시 팔아버리면 이 문제는 보다 쉽게 해결된다. 이 전에 그게 쉽지 않았던 이유는 남는 전기를 팔기 위해 전선을 깔거나 하는 등의 비용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그런게 필요없다. 전세계 아무 곳에서나 채굴하면 된다. 성공적으로 전기의 금융화를 이룬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더 자세한 건 사이페딘 아모스의 영상을 01:19:00 부근 부터 시청하시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FXvQcuIb5rU )
아무튼 돌아와서, 비트코인이 많은 전기를 소모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의 금융화는 시장이 좋아하는 일이다. 시장이 좋아한다면 망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전기소모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 가깝다.
2.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진짜 이유: 한정된 발행량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비트코인의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한정된 발행량 때문이다.
연준이 돈을 너무 찍어낸다고 비난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돈을 너무 안 찍어도 문제가 된다. 경제가 성장하는 이상 그만큼의 화폐가 시장에 공급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붕괴가 된다.
아주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현재 전세계 GDP 규모가 예컨데 1경원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스페이스X가 미친 혁신을 이뤘다고 가정을 해보자. 달에 가서 원자재를 캐오고, 화성에 식민지를 만든다는 도전적인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그렇게 이룬 생산성 향상이 100배라고 해보자. 그럼 스페이스x의 시총은 100경이다.
여기서 연준이 100경원 어치 달러를 찍어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유동성을 공급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는다. 전부 스페이스x의 주식으로 흡수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준이 수수방관을 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예를 들어 전세계의 대출 가능 금액이 10경이라고 해보자. 그럼 시중금리가 폭등한다. 모든 산업이 풍비박산이 나고 물가는 폭등한다. 자산 디플레이션과 소비재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고로 이 경제시스템은 성장하는 생산성을 받혀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줄 주체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은 화폐가 되지 못한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르게 생각하면, 디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다. 생산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전세계 GDP가 2100만 비트코인일 때 스페이스 x 혁명이 발발했다고 해보자. 그럼 기존의 구닥다리 산업의 총가치는 2100만에서 210만으로 10분의 1토막이 난다. 이것이 디플레이션이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상 자산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고로 구닥다리 기존 자산의 명목가격은 일종의 기준선, 즉 "앵커"가 된다. 이런 인간 본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부는 화폐를 지속적으로 찍어내야 한다.
금태환 제도가 패망한 이유이며, 발행량이 완전히 한정된 비트코인은 더더욱 그렇다.
추가로 밀턴 프리드먼의 얘기를 해보자. 시장이 연준에 불만을 갖는 것은 발권력을 남용해서 그렇다. 특히 코로나 이후 양적완화가 그러하다. 2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돈찍기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찍지 않는 것이 답은 아니다. 신규발권이 없는 경제가 낫는가, 아니면 돈을 찍는 경제가 낫는가 판단한다면 여전히 후자가 낫다. 그래서 프리드먼은 연준이 변덕적인 조치가 아닌 경제성장률과 동일하게 일정량의 화폐를 지속적으로 찍어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한정되어있다. 그래서 화폐가 될 수 없다. 금태환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와 동일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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