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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기술과 불변하는 인간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2년 3월 20일
  • 5분 분량

  쥐뿔도 모르는 걸 떠들어 대는게 영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분야가 아닌지라 공부하는데 애 좀 먹었다. 아무렴 어때.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야 백 번 낫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벌써 10편 째를 쓴 기특한 나 자신을 칭찬하면서 글 시작해본다.







1. DAO란 무엇인가.



 8편에서 얘기했듯, NFT의 등장은 "생산자 & 소비자"라는 이분법을 부숴버린 새로운 개념을 가져왔다. 이 개념은 단순히 NFT 아트시장을 넘어 기업과 정부를 비롯한 모든 사회단체에 대한 통념을 도전하려 들고 있다. 바로 DAO 이야기이다.



  DAO는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자다. 탈중앙화 자율조직을 의미한다. 중앙집권적 주체가 아닌 프로토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말이 어려울 땐 예시를 드는게 최고이다.



  회사를 예시로 들어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조직은 대개 중앙화 된 조직이다. CEO를 비롯한 임원진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임무를 하달하는 식이다. 회사의 모든 힘이 소수집단에게 집중되어 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탈중앙화 된 조직은 그렇지 않다. 커뮤니티 안에서 모두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며, 모든 일처리는 정해진 규칙 아래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DAO는 이런 민주적인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구현한다. 대표적으로 두가지가 있다:



A. 거버넌스 토큰 (Governance Token)


  내가 한 회사의 거버넌스 토큰을 소유하면 나는 회사의 모든 일에 의결권을 갖게 된다. 주식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어떤 일을 진행하든지 간에 토큰 소유자의 투표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 소수 임원진들이 의사결정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B. 스마트 컨트랙트 (Smart Contract)


   이더리움이 지원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원리는 생략하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만 설명하겠다. 통상적으로 기업에서 업무 하난 끝내면 상사에게 결재를 받는 확인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사용한다면 제3자의 확인 없이 모든 업무내역들이 자동으로 DAO의 블록체인 위에 저장이 된다. 소수만 알던 업무내용들이 다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DAO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구현한 민주적인 탈중앙화 조직이다.








2. DAO의 장점



  자, 그럼 왜 사람들은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몇가지 이유를 짧게 톺아보자:



 A. 투명성


  기업의 비리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높으신 분들이 하도 해먹어서 그렇다. 하지만 DAO에선 모든 업무내역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기록이 된다. 사각지대가 있을 수가 없다.



B. 민주주의


  일반 기업에선 고위 임원이 지시를 내리는 탑다운 방식을 채택한다. 하지만 DAO에선 토큰 보유자가 투표를 하는 식으로 일처리를 한다. 아주 민주적인 방식이다.


   사실 기성 기업들도 주식과 의결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주총회은 꼴랑 1년에 두 번 진행한다. 기업의 모든 일에 관여하기엔 많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DAO에선 기업의 모든 움직임을 트래킹 할 수 있다.



C. 빅테크에 대한 반기, 그리고 브랜드 공동소유


  현재 빅테크의 독점은 석유왕 록펠러 때보다도 심하다. 좀 뜬다 싶은 테크기업들은 모두 공룡기업들에게 잡아먹힌다. 그 뿐만인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테크기업들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8편에서 얘기했듯, 이제 사람들이 무형자산에 대한 소유권이란 인식이 생겼다. 본인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빅테크의 높으신 양반들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반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DAO 안 토큰 소유자들은 프로토콜 아래 합당한 보상체계를 누린다. 본인이 처리 업무 뿐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직원과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의 일부를 소유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3. DAO의 문제와 숙제



  듣기엔 아름답기 그지 없는 이상적인 조직형태이다. 하지만 까딱하단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 배배꼬인 젊은 꼰대의 논리를 한 번 펼쳐보도록 하겠다.




A. 너무 높은 자유도



  DAO에 참여하기도, 나가기도 너무 쉽다. 토큰을 샀다 팔면 그만이다.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과연 이런 조직이 잘 굴러갈지는 의문이다. 회사가 잘 굴러가려면 고되고 힘든 일이 태반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모두 어느 정도 강제성이 부여되어야 이뤄진다. 대학생들은 당장 과제를 생각해보자. 데드라인이 없고, 안 해도 학점에 지장이 가지 않는대도 과제를 끝낼 사람은 소수라고 본다.



  넷플릭스의 경영철학을 담은 책 No Rules Rules라고 있다. 얼핏 타이틀만 보기엔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무한한 자유도와 최고의 복지를 선물하는 기업이구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까보면 "No rules rules를 실천하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한다"라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업계 최고의 자유도와 대우를 보장하지만, 그 만큼 최고 수준의 책임을 요구한다. 실적을 못 내면 바로 아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최고의 인재들, 알아서 일을 찾아 해낼 사람들을 모시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다른 실리콘밸리 거물들도 모두 채택하는 HR관리 방식이다.



  책 얘기가 길어졌는데, 요지는 자유에는 책임 따른다는 것이다. 자유를 주되 책임을 지거나, 자유를 포기하고 책임을 덜 지거나. 다분히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무능하고 책임감이 적을수록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 정부와 법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DAO에선 자유에 비해 책임이 너무 적다. 아니다 싶으면 토큰을 팔아버리면 그만이니까. 특히 DAO의 토큰 가격이 급락할 때 구성권들이 패닉셀을 해서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사태도 비일비재하다. 구성원들에게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으면 속 빈 깡통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B. 탈중앙화의 허상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기업에 PM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프로젝트의 모가지를 비틀어 잡고 이끌 리더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 DAO에선 모든 일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허구헌 날 상의하고 투표만 한다면 어느세월에 일을 다 끝내겠는가. Top-down 식의 업무처리 방식은 대체불가하다고 감히 단언 할 수 있다.



  사실 문제 B도 문제 A의 연장선 상에 있다. 아무런 절차 없이 꼴랑 토큰 하나 사고 들어온 구성원의 표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다. 기업들이 그렇게 죽어라 인재를 모셔오는데는 이유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조직에 들어와 의결권을 갖게 된다면 그 조직은 금세 썩어버릴 것이다.





C. 너무 투명하다.



  DAO의 모든 업무는 smart contract상에 기록된다. 투명한 건 좋다만, privacy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회사일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100% 투명함은 있을 수가 없다. 부서 내에서만 공유되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게 모든 사람들에게 까발려지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로 경쟁사가 토큰을 구입해서 정보를 다 캐내면 어떡할 것인가. 물론 애초에 DAO를 그런 식으로 구현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모든 정보가 기존 방식보다 오픈 되는 것은 기업이 좋아할리가 없다.



  과한 투명성의 또다른 문제는 유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을 조금만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든 일을 메뉴얼대로 처리할 순 없다. 가끔은 규칙을 벗어나 유도리 있는 일처리를 해야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과한 투명성은 그것을 저해한다. 안전을 위해 감시를 합리화하는 정치적 이념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전산화 되는 것은 사람사는 조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D. 빅테크 타도의 허상



  앞서 얘기했듯, DAO의 지지자들은 빅테크의 대주주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로 돈을 버는 것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통해 구성원으로써 자신들의 몫을 챙기고자 한다. 하지만 DAO의 거버넌스 토큰도 주식의 매커니즘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서 어느 DAO기업이 대 성공을 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럼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고 커뮤니티는 더 활성화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가서 가장 큰 의결권을 갖는 자는 누구인가. VC같은 초기투자자이다. 1인1표가 아닌 1원 1표의 시스템에서는 DAO에서도 똑같이 유지가 된다. 그저 권력이 빅테크에서 VC들로 넘어간 것 뿐이다.








4. 결론



  사실 나도 DAO에 대해서 이해도가 많지 않다. 내가 든 예시는 모든 것이 코드로 구현된 DAO조직이었다. 하지만 DAO도 DAO 나름이다. 유도리가 용납 가능한 아주 부분적으로만 프로토콜을 도입한 DAO도 있고, 완전한 Algocracy를 꿈꾸는 DAO도 있다. 영리 DAO도 있고, 비영리 DAO도 있다. 모두 천차만별인지라 일반화 하기엔 다소 힘든 부분이 있다. 기회가 되면 DAO조직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기도 하다.



  DAO의 문제점을 몇가지 지적했지만, 이 새로운 형태의 조직에 대해서 철저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DAO가 가져다줄 기업의 투명성과 거버넌스의 혁신이 꽤나 기대가 되기도 한다. 20년 후에 가보니 주식시장 시총 탑텐이 모두 DAO 일수도 있다. 아니, 아예 주식이란 개념은 구닥다리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DAO가 성공을 해도 결국 기술보다도 인간이란 본질에 집중을 하는 DAO가 성공할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기술이 바뀌어도 인간을 안 바뀐다. 블록체인이 혁신은 맞지만, 그 혁신이 인간의 모든 행태를 바꾸진 않을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이다. 고로 DAO의 미래를 잘 예측할 수 있는 이들은 엔지니어가 아닌 철학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여기서 그만 거두고, 다음주에는 반도체 얘기를 해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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