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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사태와 상업용 부동산 시장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3년 3월 20일
  • 4분 분량

매크로 보는 사람한테는 지난 약 6개월 동안은 지루한 홀짝게임이었을 것이다. 하릴 없이 CPI와 고용지수 발표, 그리고 45일마다 파월의 입을 지켜보는 것, 그 외의 노력들은 대부분 보다 지엽적인 것들이었을 것이다. 최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이제 다시 한 번 국면이 바뀌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생각 정리할 겸 키보드를 두들겨보기로 했다.



1. 뱅크런 사태



3월 10일, 실리콘밸리(SVB) 은행이 뱅크런으로 파산했다. 그러더니 이틀 뒤엔 시그니처 은행도 그 전철을 밟았다. 그 후엔 크레딧스위스는 UBS에 인수가 됐고, 지금은 도이체방크나 찰스슈와브 등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제 2의 리먼사태의 시작이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일단 아니라고 답하겠다. 08년 금융위기는 파생이 파생을 무는 브레이크 없는 유동화 파티의 말로였다. 규제의 부재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타락해버린, 그야말로 금융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그에 반해 현재 뱅크런 사태는 개별 은행들의 문제인 것이 크다. SVB는 멍청하게 듀레이션 리스크를 헷지하지 않았고, 시그니처 은행은 암호화폐 비중이 너무 높았고, CS는 근 몇년 간 부패 혐의, 그린실 사건, 아케고스 사건 등 삽질을 해도 해도 너무 많이 했다.



“하지만 뱅크런의 특성상, 도미노처럼 다른 은행들도 무너질 수 있는 것 아니냐” 걱정이라면, 일단 재무부에서 발 빠르게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옐런 장관이 예금 전액 보장을 발표 후 은행주 폭락도 단숨에 수그러들었다. FRA-OSI 스프레드만 봐도, 경색문제가 빠르게 수그러들고 있는 모습이다. https://en.macromicro.me/charts/45928/us-fra-ois-spread



다만 그렇다고 해서 별 문제 아니라고 너무 일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 당시 베어스턴스도, 리만도, 망하기 직전까지는 “괜찮다”고 했던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급준비금이 얼마나 많고, 규제가 얼마나 탄탄하든,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주 간략히 설명을 해보자. 은행은 예대마진, 혹은 장단기금리차로 먹고 산다. 예금주들에게 단기로 싸게 가져온 돈을 채무자들에게 비싼 이자로 빌려준다. 그렇게 돈을 번다. 하지만 지금 장단기금리차가 역전이 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장단기금리차라면 10년물과 2년물 간의 차이를 뜻하는데, 지금은 기준금리가 10년물이나 2년물보다 높은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아무튼, 가져오는 금리는 비싸지고, 빌려주는 금리는 싸지니, 은행들의 수익성은 떨어지는게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렇듯 급격한 금리인상이 은행들의 옆구리들을 쿡쿡 쑤셔오니, 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 은행들은 하나 둘 나가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혹은 금리차가 더 벌어진다면 결국엔 더 많은 은행들이 신용경색에 걸려 문을 닫고 말 것이다.



2. 상업용 부동산 시장 문제



하지만 최악의 경우 역시 항상 대비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날이 왔을 때, 그 도화선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아닐까 싶다. https://www.ft.com/content/c172f9f4-0175-40ea-bcb5-01026dddf8ee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 및 부동산 투자 기회비용 상승이다. 쉽게 풀어쓰자면, 금리가 오르니 대출 받아 건물 사기 힘들어지고, 자금이 부동산 보단 예금이나 채권등으로 쏠리게 되는 것이다.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이 떨어진다.


둘째는 상승하는 사무실 공실률이다. 공실률이 높아진 것은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첫째로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의 달콤함을 알아버린 근로자들이 일터로 돌아오지는 않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테크 업계의 대량해고 탓에 사무실 수요가 줄어든 것이 있다. https://www.wsj.com/articles/distress-in-office-market-spreads-to-high-end-buildings-c1adad48



부동산 역시 단기로 싸게 변동금리로 돈을 빌려와, 장기적인 임대 수익을 가져가는 장단기 가격차이를 가져가는 사업이다. 하지만 돈 빌리는 값은 오르고, 임대수익은 떨어지니 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블랙스톤, 브룩필드, 그리고 핌코까지 본인들의 MBS상품들을 전략적으로 디폴트 시키고 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2-22/pimco-owned-office-landlord-defaults-on-1-7-billion-mortgage?leadSource=uverify%20wall



이럼 자연스럽게 은행들에게도 타격이 간다. 은행들에 대한 불신이 심해져 대규모 자금 인출이 일어났다 가정해보자. 그럼 은행은 현금확보를 위해 우선 만기가 다가오는 대출을 독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고 디폴트를 해버린다면, 현금확보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다음으로 떠오르는 수단은 자산유동화증권(MBS) 발매인데, 이런 비실대는 부동산 시장에서 MBS의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일시적 신용경색으로 은행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번에 대형은행들이 긴급 자금수혈을 해 구사일생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은행을 비롯한 많은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부동산 포지션이 상당한 편인데, 이들 중에 또 뱅크런이 일어난다면, 아마 그 화근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셋. 연준의 행보에 대한 사견



자 그럼, 연준은 어떻게 대응할까. 앞서 말했듯, 미국 재무부가 예금주들의 예금을 전액 보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4개월 동안 야금야금 줄여온 대차대조표의 분량을 그대로 원상복구했다.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bst_recenttrends.htm 그 말은 즉슨 정부가 다시 돈을 풀었다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니 돈을 푼다", 시장참여자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그림이다. 그럼 지금부터 다시 유동성 파티의 시작이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두괄식으로 얘기하자면, 연준의 목표는 물가의 안정이지, 경기침체가 아니다. 예를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온다면, 연준은 "스태그"보단 "플레이션"에 집중을 할 것이다.



인플레와 디플레는 모두 재귀성이 강해, 물가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미지근함을 유지하는 것이 최적이다 (연준은 이를 2%로 명시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이번 예금 보호 정책은 물가를 잡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일이니,미국 정부 입장에선 더더욱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다. 실제로 FedWatch를 보면, 정부의 구제금융 발표보단 CPI 발표에 기준금리 선물시장이 더 요동친 것을 확인 할 수가 있다 (좌측 historical 참조). https://www.cmegroup.com/markets/interest-rates/cme-fedwatch-tool.html



이런 프레임으로 접근을 한다면, 연준은 고금리로 인해 터지는 상처들을 국소적으로 메꾸며, 전체적으로는 긴축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님 말고.. 사실 자신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벌써 진입하는 것은 기대수익 대비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나 싶다.




4. 양적완화에 대한 생각



하지만 만약 내 예상과 달리 문제가 크게 터진다면, 그래서 연준이 다시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과연 그 때도 양적완화를 시행할지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케케묵은 얘기지만, 양적완화의 부작용이 많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약해져 가는 달러패권이 있다. 중국은 진작 미국채 매입을 중단했고, 사우디도 점점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줄 생각이 없는 미국의 만성적인 국가부채 역시 문제가 될 것이다.



두번째는 빈부격차다.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은 미국내 상위 1%의 부가 나머지 99%의 부를 넘어서게 만들었다. 이념적인 것들은 제쳐두고, 다분히 경제학적 유인으로만 봐도 빈부격차는 좋을 것이 못 된다. 현재 미국의 구직자는 줄고 은퇴자는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 뒤에는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이유가 있다. 노동력의 감소는 경제 활력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연준도 의사록에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를 정확히 명시한다.



셋째는 미국우선주의로의 회귀이다. 90년대 클린턴 재임시절 피크를 찍은 팍스아메리카나 체제에선 양적완화는 전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주는 유인이 된다. 미국채 시장으로의 달러 공급이 전세계 경제로 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미국시장 뿐만이 아니라, 이머징마켓도 같이 호황을 맞이하게 된다. 당장 21년의 코스피가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신냉전 체제로 들어가며 중국과 갈라서고 있으며, 자국 기업을 하나 둘 국내로 불러들이며,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TSMC에게는 깡패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세계 대통령에서 자국우선주의로 돌아서는 미국을 보면, 설령 미국이 완화적으로 돌아서더라도, 이를 시행하는 정책은 더 이상 광역적인 양적완화가 아닌, 보다 국소적인 핀셋 정책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담 전과 같이 전세계 증시가 다 같이 상승하는 그림이 아닌, 미국과 나머지가 따로 노는 형국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정리를 하자면:



하나, 이번 뱅크런 사태가 경제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아직까진 적어보인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문제가 크게 터질 가능성이 보인다.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둘, 연준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지, 경기 연착륙이 아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았을 때, 웬만한 문제가 터지지 않고서야 연준은 디플레 조짐이 보일 때까지 긴축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셋, 설령 미국이 다시 완화적으로 돌아선다해도, 그 방법이 이번에도 양적완화일지는 두고봐야한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책 역시 자국에 집중된 방식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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