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가를 잡을 생각이 없다.
- Minwu Kim
- 2022년 8월 20일
- 5분 분량
달러 강세가 눈에 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25원을 돌파했다. 연고점을 갱신했다. 달러 인덱스도 108이다. 연고점 109의 턱 밑까지 올라왔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긴축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국채를 팔고 있다. 그럼 달러의 수요가 늘어난다. 해외자본이 자국 화폐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의 이자를 받아먹기 때문이다.
이 인과관계를 정리하자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달러 강세가 일어났다. 인플레이션은 이유고 달러 강세는 결과다. 하지만 요즘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인과관계를 반대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강달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이 내 시나리오다. 약간 음모론 같지만 내 나름의 근거가 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항상 그렇듯 뇌피셜 주의하시길.
1. 미국은 적극적으로 물가를 잡고 있지 않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미국 정부의 행보 때문이다. 요즘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을 보면 이들이 과연 정말로 물가를 내릴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이에 대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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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준의 목표 금리가 너무 낮다.
연준은 내년 7월까지 3.5-3.75%의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 https://www.cmegroup.com/trading/interest-rates/countdown-to-fomc.html ). 이 정도로 과연 물가가 잡힐 수가 있을까.
적정금리를 테일러 준칙으로 구해보자 (테일러 준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링크 참고 https://www.investopedia.com/terms/t/taylorsrule.asp ). 계산 과정은 재미 없으니 바로 다다음 문단으로 넘어가셔도 좋다.
테일러 준칙: 적정 기준금리 = 실질금리 + 인플레이션율 + (0.5 인플레이션 갭) + (0.5 GDP 갭)
-실질금리 = 미국 10년물 금리 - 10Y breakeven 인플레이션 = 2.97% - 2.52% = 0.45%
-인플레이션율 = core PCE (YoY) (보수적 계산을 위해 core PCE 사용) = 4.4%
-0.5 인플레이션 갭 = 0.5 (4.4 - 2.0%) = 1.2%
-0.5 GDP 갭 = 공식수치는 1.62%이지만, 22년 +0.5%로 가정할 경우: 0.5 0.5% = 0.25%
네 항의 합은 6.3%이다. 편의상 이를 준칙 금리를 칭하겠다. 준칙금리와 연준의 목표금리는 무려 2.8%씩이나 차이가 난다. 낮아도 너무 낮다. 이게 과연 물가를 잡겠다는 행보인가. 심지어 최근 통계를 보면 여전히 고용도 탄탄하고 기업실적도 선방 중이다. 정말 물가를 잡을 생각이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긴축 드라이브를 가져가도 괜찮아 보이는데 말이다.
물론 이에 대해 제기할 반론 역시 충분히 많다:
- 08년도까지만 해도 연준은 기준금리는 준칙금리와 궤를 같이 했다. 하지만 08년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양적완화 기조 탓에 연준은 테일러 준칙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설정했다. 08년도 이후 테일러 준칙은 외면을 받았다.
- 연준의 의사들은 준칙금리의 효용을 부정했다. 경제의 디테일을 간과한 뭉뚱그린 공식이라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중립금리는 2% 중후반 쯤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이 정말 연구가 뒷받침 된 발언이니, 아니면 그저 언론플레이인지는 모른다.
- 연준은 금리 인상 뿐만이 아니라 양적긴축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준칙금리 만큼 기준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
- 아무리 준칙금리가 옳아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금리를 하루아침에 6% 올렸다고 가정해보자. 과장 하나 없이 S&P500이 3000선 이하로 떨어져도 이상할게 없다. 아무리 금리인상이 필요해도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 하지만 이것이 2.8%라는 거대한 차이를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심지어 최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늦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인상 효과는 시간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듯 연준의 긴축은 의심스러울 만치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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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행정부와 입법부의 소극적 대처
물가 억제에 소극적인건 연준 뿐만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상하원도 그렇다. 예를 들어보자면:
미국정부는 BBB 추경안을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라고 이름만 바꾸고 통과시켰다. 생각해보자. 인플레이션을 감축하기 위해 1조 달러를 더 쓴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유가폭등에 대한 바이든의 대처를 생각해보자. 바이든은 친환경 드라이브를 포기하지 않았다. 셰일가스 산업 규제를 완화해서 공급을 늘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사우디에 찾아갔다 망신만 당했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겠지만, 바이든이 물가 억제를 최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 미국은 왜 물가억제에 대해 소극적일까? 얘기는 다시 달러헤게모니와 미중패권전쟁으로 돌아간다.
2. 미국은 고물가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국은 달러 강세가 필요하며, 고물가는 달러 강세를 지속할 명분이다. 그래서 미국은 고물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두가지가 필요하다:
1. 미국의 만성적인 부채를 해소해야한다. 그래야 달러의 신용을 유지할 수 있다.
2. 달러 강세를 통해 위안화의 매력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위안화의 영향력 확장을 막고, 균열을 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두가지 모두를 이룰 수 있다. 하나씩 보자.
첫째는 부채 해소이다. 만성적인 부채는 기축통화국의 숙명이다. 그리고 이제 부채가 너무 쌓였다. 22년 기준 30조 달러를 초과했다. 인플레이션은 부채 경감의 좋은 수단이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로 미국은 고물가 기조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국가부채를 줄여나가기를 의도할지도 모른다.
둘째는 달러 강세 유도이다. 앞서 얘기했듯, 우리는 흔히 물가가 원인이고, 달러 강세가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달러 강세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고물가라는 명분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달러패권에 균열을 내고자 하고 있다. 그럴수록 강달러를 유도하여 달러의 건재함을 보여줘야 한다. 달러 강세로 인해 위안화의 상대적 가치가 하락한다면, 위안화 중심 경제체제의 국가는 못 버티고 항복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달러강세를 만들기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리인상과 긴축은 자국 경기를 쪼그라들게 한다. 그래서 분명한 명분이 없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명분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아야만 달러 강세를 유지하는 긴축을 지속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가 맞는지, 아니면 망상인지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맞다면 당분간 고물가와 강달러는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는 앞에선 2% 인플레이션을 목표한다고 하지만, 뒤에선 어느 정도의 고물가를 유지하기 위해 장난질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시장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3. 한국은 괜찮을까 - 다음달이 중요하다
본투비 국뽕이라 한국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달러가 너무 세면 이머징마켓은 외환위기를 겪는다. 한국 역시 IMF 사태라는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번 달러 강세는 과연 괜찮을지도 의심스럽다. 제발 무사히 넘어가기 바라지만 못 본 척 하기 힘든 악재가 몇가지 있다.
8월 20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25원이다. 연 신고점이다. 환율이 1300을 돌파한 건 딱 세 번 있었다. 닷컴버블, IMF, 서브프라임, 그리고 지금이다. 어째 좀 불안하다. 하지만 이렇게 상관관계 없이 숫자만 갖고 떠드는 건 다소 논리의 비약이 있다. 왜냐하면 현재 고환율은 한국의 문제보단 달러가 강해서이기 때문이다.원화 환율 그래프와 달러 인덱스 그래프를 같은 그래프에 두면 거의 일치한다. 고로 원화약세는 한국 경제의 체력 문제보단 연준의 긴축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두가지 얘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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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계부채
첫째는 한국의 가계부채이다. 조사를 조금 해본 결과 가계부채 문제가 꽤 심각하다. 한국의 가계부채규모는 GDP 대비 105%나 된다. 특히 코로나가 터진 이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정부는 대출만기연장을 시행한 바가 있다. 그리고 그 연장 된 만기 일자가 다음달인 9월이다. 여의도 증권가 커뮤니티를 돌아다녀보니 최근 가계 대출 연체율이 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몇 번 봤다. 그래서 난 한국 시장에 어떤 파장이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발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란다. 코덱스 인버스는 사고 싶지 않다.
가계부채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은 최근 윤정부의 정책이 뒷받침 하고 있다. 몇 주 전 윤정부가 국가예산 30조를 편성해 소상공인 부채 탕감을 해준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여당이 이런 돈뿌리기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 탓에 꽤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론이 좋지 않을 걸 정부가 몰랐을리 없다. 그럼에도 부채 탕감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위급한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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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부진한 경제
한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대비 2.9% 상승했다. 이것만 보면 꽤 선방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는 되려 쪼그라들었다.
한국의 수출은 전년대비 4.7% 올랐고, 수입은 1.7% 올랐다.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늘어났으니 돈을 더 많이 번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 GDP 통계의 문제는 제품 가격을 즉시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같은 경우 분기마다 물가를 조사해 GDP를 통계하고, 한국은 1년마다 물가를 조사한다. 평소에는 물가변동이 크지 않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가가 요동치는 경우 한국의 GDP 통계는 오류가 발생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현대자동차가 작년에 아반떼를 10만대를 수출했고, 올해는 11만대를 수출했다고 해보자. GDP 통계에선 현대의 매출은 10% 증가한 걸로 집계된다. 왜냐하면 작년과 올해에 같은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원자재 값이 너무 올라서 원가가 2배로 뛰었고, 현대차는 아반떼 판매가를 5% 밖에 못 올렸다면 어떨까. 현대의 매출은 되려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GDP 통계만 봐선 이 사실을 알 수가 없다. 관건은 수입물가의 상승과 수출물가의 상승이다. 수입물가가 오른 만큼 수출물가가 올라줘야 돈을 벌 수 있다. 그 말은 즉슨 가격전가력이 있는 기업만이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한국경제의 가격전가력이 있었을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수입 비용은 23.1% 오른 반면, 수출 비용은 12.9% 밖에 오르지 않았다. 한국기업이 늘어난 생산비용은 소비자에게 완전히 전가하지 못하고, 그 중 절반을 떠안았다는 것이다. 이것까지 반영해서 계산하면 한국의 경제는 쪼그라든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경기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러가 강해질수록 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 한국경제의 붕괴를 논하는 것은 섣부른 공포조장이지만, 최소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해보인다.
4. 요약
- 미국은 달러 강세를 위해 고물가를 유도하는 걸지도 모른다.
- 그게 맞다면 고물가와 달러 강세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 달러 강세는 이머징마켓의 외환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주의깊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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