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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및 중국의 향후 금융정책 예상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2년 5월 7일
  • 6분 분량

1. 연준의 파격적인 금리인상



연준의 매파적 움직임은 당분간 멈출 것 같지 앟습니다. 연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빠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비둘기 중 비둘기로 불리는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입을 통해 양적긴축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긴축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물가상승 때문이지요. 코로나 이후 약 2년 동안의 양적완화(돈 뿌리기),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 후 러시아 에너지 공급난까지 더해 우려스러운 물가 상승을 초래했습니다. 40년 만의 최대치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죠. 물가는 적당히 오르는 게 좋습니다. 너무 오르면 가계들도 먹고 살기 팍팍해지고 기업들도 사업비용이 올라버리기 때문이죠. 그럼 소비와 투자가 줄고 경기가 침체됩니다. 이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하죠 (침체를 뜻하는 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자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가 오릅니다. 그럼 가계와 기업은 대출을 꺼리게 됩니다. 그래서 대출이나 투자를 하는 대신 안전하게 은행에 예금을 합니다. 시중의 돈이 다시 은행으로 들어오면서 과열된 투자와 소비가 진정 됩니다. 수요가 적으니 물가도 안정이 되겠지요. 이게 원론적인 경제학에서 배우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는 경기가 좋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야만 금리가 올라도 대출 및 투자 감소를 버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2년 4월 말인 현재 경기가 좋은지는 의문입니다. 비록 실업률은 낮지만 애초에 구직자가 줄어들었으며, 소비자심리지수도 다분히 위축이 되어있는 상황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버리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기도, 투자를 하기도 더 어려워져서 경기가 한 층 더 악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준이 너무 낙관적으로 경기 상황을 오판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저 같은 일개 학생도 아는 사실을 연준의 이사진이 모를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1월 FOMC에서 "humble and nimble", 즉 겸손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겠다고 했습니다. 조금 더 쉽게 얘기하자면 경기상황 봐서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임기응변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9편 말미에 제가 "연준이 경기침체의 시그널이 보일 때 다시 완화적으로 변할테니 그 타이밍을 잘 포착하자"라고 분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경기침체의 시그널"을 도대체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요? 실업률, 물가, 소비자심리지수, 장단기금리차 등등 여러가지 지표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판단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연준 긴축 종료를 알리는 새로운 시그널을 한 번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유럽입니다.





2. 미국과 유럽의 음의 상관관계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 개츠비가 매일 호화로운 파티를 열며 데이지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사치스럽고 부유했던 1920년대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잘 나타내는 소설입니다. 그 때 그 시절을 미국인들은 roaring twenties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1920년대는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호황기였습니다. 1929년 대공황 전 신기루 같은 한여름 밤의 꿈이였죠. 미국은 그럼 당시 어떻게 이런 막대한 버블을 쌓여올렸을까요? 우리는 유럽을 봐야합니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되었습니다. 1920년대의 유럽은 여전히 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난리통인 유럽에 누가 투자하고 일하고 싶어할까요? 유럽의 돈과 인재는 새로운 거처를 찾아나서게 됩니다. 당시 세계의 패권은 유럽, 소련, 그리고 미국이 쥐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럽이나 소련이나 전쟁의 후유증에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그럼 선택지는 미국 밖에 없습니다. 유럽과 동맹국이기도 하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안전하기까지 했죠. 그래서 유럽의 투자자들과 인재들은 미국으로 몸을 옮기게 됩니다. 미국을 이를 토대로 1920년대 최대의 번영을 누렸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미국의 경기가 호황 덕에 미국의 금리가 올랐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말이죠: 미국의 경기가 좋다 - 투자가 는다 - 대출 수요가 는다 - 금리가 오른다. 금리가 오르면 또 이런 사이클이 생깁니다. 금리가 오른다 - 예금이자를 더 많이 준다 - 그 예금이자를 위해 더 많은 유럽의 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다.



요약하자면 가뜩이나 미국의 경기가 좋은데, 금리마저 높아져버리니 막대한 양의 돈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흘러나가버리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유럽은 전쟁에서 회복하기도 벅찬데, 미국이 돈을 흡수해가면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유럽은 미국에게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유럽의 회복을 위해서 미국이 협조를 해달라고 말이죠. 당시 미국도 동맹국인 유럽과 같이 가야한다는 신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의를 하고 금리를 대폭 낮춰버리죠.



이게 버블을 키우는데에 화근이 되었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대출이자가 저렴해집니다. 그렇게 마구잡이 투자가 이뤄진 것이죠. 뿐만 아니라 당시 유럽의 상황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비록 전쟁은 종료가 되었었지만 사회 곳곳에서 봉기가 일어나고, 소련과의 이념 갈등 역시 첨예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유럽에 대해 이렇게 회의적이었으니 돈은 여전히 미국으로 들어갔습니다. 낮아진 금리를 감안해서라도 미국으로 돈을 옮기는 것이 백번 이득이라는 판단 아래서 말이죠. 그래서 미국에 막대한 버블이 만들어졌고, 그게 1929년 대공황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세계경제는 1920년대 뿐만 아니라 20세기 내내 유럽 경제가 안 좋아지면 미국 경제가 반사이익을 얻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유럽 경제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러시아 산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말이죠.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제재를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거나 전면 중단하고 있습니다. 그럼 유럽 경제에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또 다시 돈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흘러들어갑니다. 당장 지금의 달러강세와 유로화 약세가 이 사실을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미국은 "경기침체는 그렇게 쉽게 안 온다"라고 자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돈이 자신들에게 들어올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금리를 낮춰 피를 본 트라우마가 있으니 이번에는 쉽게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3. 미국의 금융정책 예상



미국과 유럽 경제의 상관관계를 이해한다면 그들의 향후 금융정책이 보입니다. 일단 미국부터 살펴보죠. 미국은 투트랙 정책을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확장적인 재정정책입니다. 긴축적 통화정책은 연준의 정책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선 앞서 내내 설명을 했으니 다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을 의미합니다. 백악관은 연준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과는 상반되게 막대한 지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죠.



첫째로는 군비지출 증가가 있습니다. 이는 12편에 제가 상세히 서술했습니다만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가 신냉전체제에 접어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러시아의 서쪽 국경이나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은 더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바이든은 막대한 군비지출 증가를 예고했습니다.



둘째로는 에너지산업 투자가 있습니다. 유럽경제가 또 다시 위기를 맞이했습니다만 이번엔 미국은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1920년대의 트라우마 때문에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유럽을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유럽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단순히 금리를 내리는 것이 아닌, 에너지 공급대란이라는 특정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보다 정교한 핀셋 원조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내에선 앞으로 에너지 사업에 막대한 투자가 예상됩니다.



그외에도 친환경투자, 반도체 설비 투자 등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여기선 언급하진 않도록 하겠습니다. 핵심은 바이든 행정부가 막대한 재정적 지출을 감수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10년 간 1조달러 짜리 기획안이 작년에 상원에서 통과되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부지출이 늘면 일자리가 늘고 기업 매출이 늘면서 경기를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까딱하다간 가뜩이나 안 잡히는 물가를 더 높일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한 발짝만 더 가봅시다. 여기서 향후 몇 년간의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범용적이고 백악관의 재정정책은 특정적입니다. 더 쉽게 얘기하자면, 연준은 부자든 서민이든 똑같이 100만원을 나눠주는 식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고, 백악관은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만 콕 찝어서 100만원을 주는 식으로 경기를 끌어올립니다. 코로나 발발 이후 2년간은 증시가 전체적으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연준이 너나 할 것 없이 다 돈을 쥐어줬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판세가 바뀌었습니다. 연준은 다시 돈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백악관은 특정 산업에 투자하며 경기를 살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럼 투자의 노선이 보입니다. 유망할 것 같은, 바이든 정부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할 것 같은 산업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4. 유럽의 향후 금융정책 예상



유럽은 미국만큼 물가를 꽉 잡을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유럽은 수년간 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허덕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기도 미국만큼 좋아보이지도 않습니다. 전쟁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유럽이 쉽사리 금리를 올렸다간 곧바로 경기침체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유럽의 향후 금융정책은 자명해집니다. 바로 미국을 따라서 천천히 긴축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높이면 달러 강세와 유로 약세가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유럽은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수출을 늘릴 수가 있습니다. 유럽 경제에 나쁠 것이 없죠. 따라서 유럽은 꾸준히 유로의 약세를 적정선까지 유지하며 자국 경제를 살릴 것으로 보입니다.








5. 중국의 향후 금융정책 예상



칼을 빼든 김에 중국이라는 무까지 썰고 다시 칼집에 집어넣겠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가 덜 된 상태입니다. 읽다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부분이 몇 가지 있을 겁니다.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논리의 연결고리가 다 예쁘게 이어지면 그 때 가서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은 유럽과 미국과는 다른 경제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소프트파워 기반의 경제입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제조업 기반의 경제입니다. 미국이 쿠퍼티노에서 아이폰을 디자인하면 중국은 선전에서 조립을 하죠. 제조업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유독 취약합니다. 자원을 많이 쓰는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제조업이나 부동산 개발을 위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자원을 수입합니다. 그래서 그 자원들의 물가가 뛰어버리면 생산비용이 직격탄을 맞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유독 취약합니다.



1979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고속성장을 해왔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기조가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투입되는 자원의 비용이 떨어졌기 때문에 중국 경제는 고속성장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경제는 개혁개방 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현재 진퇴양난의 외통수에 걸려버린 상황입니다. 경기를 살리자니 인플레이션이 경기를 되려 끌어내릴 것 같고, 그렇다고 물가를 잡자니 경기 침체가 우려됩니다.



그래서 중국은 현재 거시적으로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금리를 조정한다거나 재정지출을 확대한다거나 하는 식의 큰 정책 말입니다. 그 대신에 보다 미시적인 정책들로 경기과열을 막고 물가를 끌어내리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하이와 베이징 전면 봉쇄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는 물론 정치적으로 시진핑의 제로코로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을 만들지 않기 위함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도 경기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수시장의 소비여력을 줄여 물가를 잡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경기를 둔화시키면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경제성장 둔화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올해 말 시진핑이 정권 3연임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1원 1표가 아닌 1인 1표의 게임입니다. 그래서 경기둔화보다는 인플레이션과 고용률 감소가 정치적으로 타격이 큽니다. 서민들의 먹거리와 밥벌이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중국은 고용률 유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일련의 정책을 보이고 있습니다. 몇가지 예시를 들어봅시다. 중국은 최근 기준금리를 조금 낮췄고, 지급준비율 역시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대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경제성장보다는 고용유지를 위한 것입니다. 즉, 기업이 대출 등을 못 받아 고용감소를 하지 않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렇듯 중국은 큰 정책보다는 작은 정책들을 써가며 경제성장보다는 고용률과 정치적 안정에 더 초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6. 마무리


1) 미국은 경제에 자신이 있다. 유럽의 경기악화로 얻을 반사이익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강한 금리인상을 시행 할 것이다.



2) 미국은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반도체, 방위산업 등 특정 분야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3) 유럽은 미국만큼 인플레이션을 잡을 생각은 없어보인다. 유로화 약세를 적정선까지 유지하며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4) 중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 그래서 보다 미시적인 정책들로 경기과열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말 시진핑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성장보다는 물가안정과 고용률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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