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려는 이유
- Minwu Kim
- 2022년 4월 17일
- 6분 분량
1주일 전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9.2% 인수하여 최대주주로 등극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는 본게임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어서 이틀 전에는 트위터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꽤나 시끌시끌한 상황이다. 머스크는 주당 54.2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전량매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질세라 트위터 이사회도 포이즌필 시행을 한다고 카운터를 날렸으며, 몇 시간 전 뱅가드가 트위터를 추가 매수하며 머스크에게 내준 최대 주주의 자리를 탈환했다.
원래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 이런 따끈따끈한 감자를 옆에 두고 거시경제 얘기나 하는 것은 주식쟁이의 도리가 아니다. 일주일 동안 공부한 장단기금리 역전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려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자. (뇌피셜 범벅 주의)
0. 언론의 자유
머스크 본인이 TED와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이고, 구글에 "Why Elon Musk buys Twitter"라고 검색하면 이 얘기 밖에 안 나온다. 머스크는 줄곧 본인은 "free speech absolutist"라고 밝혀왔으며, 트위터 경영에 참여하여 앱을 완전한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면 https://www.youtube.com/watch?v=cdZZpaB2kDM&t=2391s 로 들어가서 11분 가량 부터 시청하면 된다.
이것이 정말로 머스크의 목적이라면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머스크는 인류구원의 꿈이 있다고 했으며,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인터넷을 무상제공을 한 것만 봐도 단순히 돈 벌자는 기업인의 그릇을 초월한 사람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게다가 요즘 상하이 봉쇄사태의 무차별적 검열을 보니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여실히 깨닫고 있다.
다만 머스크는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그가 괴짜라니, 아스퍼거증후군이라니 하지만, 머스크는 사실 다분히 실리적이고 냉철한 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하려는 데에는 이외의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일지 하나하나 뜯어보자.
1. 마케팅 & 팬덤 유지
머스크의 새로운 노이즈 마케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얘기하기 위해선 머스크가 한 때 비트코인, 도지코인 가지고 난리를 친 때를 떠올려보자.
트럼프는 페트로달러 시스템 아래 제조업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세태를 십분 활용하여 정치계 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머스크는 이런 경제적 양극화를 십분 활용하여 세계 최대부자로 등극한 인물이다.
19-20년도 쯤, 미국 헤지펀드들의 테슬라를 향한 거대한 숏베팅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보통의 기업은 헤지펀드 세력의 공매도에는 적극적인 언론 대응과 해명으로 맞서왔다. 하지만 머스크는 그런 통념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바로 가벼움과 장난스러움이었다. 넘치는 숏 물량에 대해 기자가 인터뷰를 하자 머스크 역시 "내 생각에도 테슬라 주가는 거품이 좀 낀 것 같다"라고 대답한다든지, Tesla short shorts 라는 언어유희로 반바지 굿즈를 판매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머스크는 보란듯이 월스트리트를 조롱하며 많은 대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테슬라의 주가는 개미와 아크의 매수세력에 따라 고공행진 했고, 공매도 세력은 쓴 맛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머스크의 거대한 팬덤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주가의 고공행진으로 테슬라는 순조롭게 유상증자를 하며 19년도 자금난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 높은 주가를 유지시키기 위해선 이 팬덤에게 지속적으로 먹이를 주어야 한다. 그럼 머스크의 모든 기행들이 이해가 된다.
머스크를 상징하는 키워드를 몇가지 떠올려 보자: 비트코인, 도지코인, 레딧, 트위터, 괴짜천재, 게임스탑, 언론의 자유 등등이 있을 것이다. 모두 미래지향적이거나 제도권에 대한 반기 정도로 설명되는 낱말들이다. 머스크가 이런 반제도권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록 팬덤은 더 결집이 되고, 그 결집은 종교적 성향으로 변해 주가를 떠받치는 매물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프레임으로 보았을 때, 트위터 매수 역시 머스크의 반주류 마케팅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 일개 개인이 체급이 이토록 커져 대기업 하나를 인수해버리는 그림부터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만든다. 내가 봐도 인생 참 재밌고 찐하게 사는구나 싶은데, 그의 팬덤들이 보기엔 오죽할까. 게다가 인수하는 이유 역시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수호하겠다는 것인데, 자칫하면 아니키적으로도 들릴 수 있는 명분마저 반주류적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머스크여도 인수비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재산 대부분은 테슬라의 주식인데, 트위터 인수를 위해서본인이 보유한 주식 중 상당 부분을 매도하거나 담보대출이라도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이 탓에 머스크의 SEC 청원이 발표되고 나선 테슬라의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날 테크주는 브레이너드의 QT 발언에 일제히 떨어지긴 했다). 이런 리스크까지 지면서 트위터를 살 이유가 있을까. 고작 "마케팅과 팬덤 확보"라는 이유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 듯 하다.
2. 플랫폼 인수
스마트카 시대가 머지 않은 미래에 오게 될 것이다. 완전자율주행이 되는 스마트카 시대에선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는 그 이상의 공간이 될 것이다. 탑승자는 영화를 본다든가, 컨텐츠를 소비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차 안에서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차는 더 이상 출력이나 연비 같은 하드웨어적 잣대가 아닌 컨텐츠나 브랜드 이미지 같은 소프트 파워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 말은 즉슨 테슬라의 경쟁상대는 도요타나 폭스바겐이 아닌 구글카나 애플카가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쌓아올린 소프트파워로 충성스러운 고객들에게 다시금 제품을 팔게 될 것이다. 당장 애플을 보아라. 아이폰 사면 맥북 사고, 맥북 사면 아이패드 사고, 아이패드 사면 에어팟까지 사는데, 이 체인에 애플카가 하나 더 추가 된다는 것은 놀라울 것이 없다.
테슬라는 이런 소프트파워가 약하다. 차도 있고, 우주선도 있고, 태양광도 있고, 뇌파데이터도 있고,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라는 락스타도 있지만 플랫폼이 없다. 그리고 스마트카 시대의 도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 보단 있는 것을 사와서 개조하는 것이 시간 효율이 백번 빠르다. 그래서 사용자 5억명에 달하는 트위터를 인수하여 플랫폼을 빠르게 취득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 왜 하필 트위터냐, 일단 트위터는 머스크가 주로 사용하는 소통의 창구이다. 심지어 이제는 트위터의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이전에 사람들이 오직 트럼프 때문에 트위터에 가입했듯이 이제는 머스크 때문에 가입한다. 당장 나만 해도 머스크 때문에 트위터를 못 지운다. 그렇기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이 서게 된다. ( 아니면 사실 머스크가 애시당초 인수를 계획에 두고 트위터에서 활동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또 한 번 이 사람의 치밀한 계획에 감탄을 할 것이다.)
두번째는 가격 문제이다. 대형 소셜미디어 중 인수 할 만한 것이 스냅이나 트위터 밖에 없다. 트위터보다 큰 소셜 플랫폼은 모두 메타, 구글, 그리고 텐센트 같은 공룡기업들이 소유하고. 아무리 테슬라여도 그걸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트위터를 인수하면 5억의 사용자수를 50-60조를 지불하고 취할 수가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살 수 있는 기업에선 가장 현실적으로 괜찮은 딜이 아닌가 싶다. 머스크의 비범한 능력이라면 죽어가던 트위터를 되살려 페이스북을 능가할 플랫폼으로 성장시킬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만 더 가보자. 머스크는 암호화폐와 탈중앙화의 옹호론자이다. 그리고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팔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자금거래 플랫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사람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테슬라는 현재 그것의 기반이 될 플랫폼이 없다. 그래서 만약 트위터를 인수하고 손을 봐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으로 변모시킨다면 트위터는 5억명의 사용자가 있는 세계최대의 코인거래소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9.2% 지분 매수가 발표 된 후 트위터 블루의 도지코인 결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장 사용자가 5천만이 좀 안되는 코인베이스의 시총이 약 40조원인데, 만약 트위터가 이 시나리오 대로 코인거래소로 변모한다면 그 가치는 머스크가 제시한 인수가격인 50조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3. 테슬라 봇 개발
조금 연결고리가 빈약하긴 한데, 그래서 써보겠다. 최근에 머스크가 테슬라 공장 오픈식에서 "전기차보다 테슬라 봇이 우선이다" 라고 의외의 발언을 남긴 바가 있다. 그리고 내년부터 테슬라봇을 양산하겠다는 계획까지 내세웠다 (이 말을 지킬지는 의문이 든다).
로봇산업의 대략적인 추이를 보면, 현재 하드웨어적 기술을 아주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인간의 명령어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것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케케묵은 1차원적인 생각이지만, 테슬라는 트위터를 통해 방대한 양의 언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트위터 인수의 주 된 이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 딜이 성사가 된다면 테슬라는 무조건 트위터의 언어데이터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4. 한탕 치기
이것은 사실 머스크의 딜이 무위로 돌아갈 때의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경영개입 후 되팔아 버리는 그림이다.
이를 위해 칼 아이칸의 예시를 들어보자. 아이칸은 이 전에 넷플릭스 지분을 상당부분 취득해 경영개선을 하겠다고 나선적이 있다. 그는 리드 헤이스팅스를 비롯한 임원진들의 능력을 끊임없이 깎아내렸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비판하는 것과 꽤나 비슷한 그림이다. 당시 칼 아이칸 역시 이사회와 격하게 싸우면서 몇 년간 실랑이를 벌이다가 12루타를 치고 전량 매도를 한 전적이 있다. 따라서 머스크 역시 최악의 경우 수익만 챙기고 손을 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머스크 역시 그런 전적이 있다. 비트코인을 매수해놓고 트위터에 그 사실을 발표해버리자 비트코인 가격이 수직상승한 적이 있다. 그래서 테슬라는 당시 코인투자로 짭짤하게 수익을 올렸다. 머스크는 자신의 지명도를 남용하여 시장조작을 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받기도 했고, 많은 코인투자자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머스크가 테슬라 명의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인수하는 것도 이 주장을 뒷받침 한다. 테슬라를 통해 매수한다면 주가조작 등의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개인자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사람이 시장을 흔들어놓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하나의 개인이 한 행위인지라 법적 책임을 묻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그리고 개인 자격 인수이니 반독점법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된다.
시장참여자도 이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머스크 때문에 도지와 비트코인으로 피 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에 머스크에 대한 불신은 현재 매우 크다. 이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 하나있다: 머스크의 100% 지분 인수 요청이 공개된 후에도 트위터 주식은 생각보다 많이 오르진 않다는 것이다. 이런 거대자본의 인수계획이 발표가 되면 통상적으로 주가는 수직상승한다. 버핏의 옥시덴탈 매수가 공개 되었을 때 주가가 20% 뛴 것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머스크의 발표 후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 말은 즉슨 머스크가 인수할 것에 대해 "또 저렇게 장난치다 말겠지 뭐" 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트위터 이사회의 반발이 크다는 것도 무시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몇시간 전 2대 주주 뱅가드가 그새 주식을 추가매집해 머스크의 최대주주 지위를 빼앗았다. 아무리 머스크의 돈이 썩어나게 많아도 개인은 개인이다. 뱅가드 같은 초대형 뮤추얼 펀드의 자금력을 머스크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무위로 돌아가고, 머스크는 또 여기서 떨어진 콩고물이나 챙기고 대충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결론
사실 이거 다 쉐도우복싱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 같은 범인들이나 이런 배배꼬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시대의 천재인 머스크는 정말 오로지 언론의 자유만을 위해 트위터를 매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위대한 기업가야" 하면 무차별적으로 치켜세우는 것 보다야 백 번 낫다고 생각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것이 투자에 있어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으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야밤에 세시간을 내리 휘갈겼다. 벌써 새벽 세시다. 오늘 하루도 아주 알차구만. 이제 그만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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