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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대폭락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2년 5월 13일
  • 6분 분량


1. 스테이블코인



루나 대폭락에 들어가기 앞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짧게 훑고 지나가자.



화폐가 화폐의 구실을 하려면 가치가 쉽게 바뀌면 안 된다. 그래서 가격이 맨날 바뀌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코인들은 화폐가 되기가 힘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이라는게 생겼다. 이름 그대로 stablecoin, 즉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이라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법정화폐와 1대1로 교환이 가능하다. 가장 유명한 테더코인 (Tether)의 예시를 들어보자. 1 테더는 1 달러와 교환 가능하다. 코인의 가치를 법정화폐에 연동시키는 것이 못을 박는 것 과 비슷하다고 해서 페깅 (pegging) 이라고 한다.



4편 CBDC에 대해서도 다뤘지만, 이런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달러지위를 흔들어 놓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의 거래 중 약 8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간략하게 설명해보겠다. 코인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해본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일반적으로 코인을 사는 방식은 우리가 업비트 같은 거래소로 가서 원화를 넣고 비트코인 같은 코인을 산다. 하지만 다른 방식도 있다. 우리가 달러를 입금하고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산다. 그리고 그 테더로 다른 코인을 사는 것이다.



왜 법정화폐말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하는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현물거래에 롱만 가능한 한국의 업비트와 달리, 바이낸스는 롱숏 및 선물 레버리지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원화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한국 친화적인 업비트와 달리 바이낸스에 원화를 직접 넣는 것은 좀 번거롭다. 그래서 내가 만약 레버리지를 하고 싶다면 1) 업비트에서 원화로 테더를 구입한 후, 2) 업비트 지갑에서 바이낸스 지갑으로 내 테더를 옮긴 후, 3) 바이낸스에서 내 테더로 거래한다. 이런 식으로 스테이블코인으로는 법정화폐가 할 수 없는 간편한 송금이 가능하다.








2. 스테이블코인의 문제



이런 민간의 스테이블코인이 영향력이 커지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백악관과 연준이 올해 들어 정부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럼 정확히 무슨 문제가 있는가? 국가의 통화주권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한 국가에선 오로지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연준, 한국은 한국은행이 있다. 하지만 요즘 코인판에서는 테더 같은 민간회사가 돈을 찍어낼 수 있다.



아니 이해가 안 되지 않는가. 테더는 그저 1달러의 받으면 1달러짜리 테더를 주는 것이다. 여기서 돈을 찍어내는 절차는 없다. 하지만 1달러가 안 받았는데 1테더를 발행하면 어떨까. 뭐긴 뭐야, 새로운 돈을 찍어낸 것이다. 중앙은행 만이 할 수 화폐발행을 테더라는 일개 회사가 한 것이다. 훨씬 복잡한 방식의 Money Heist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테더측에서 현재 발행된 테더를 모두 달러로 바꿔줄 수 있을만큼의 현금을 갖고 있으면 상관이 없다. 테더는 현재 약 100조원 어치 발행이 된 상황이다. 그럼 과연 테더 쪽에서 100조원 어치의 달러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갑자기 하루 아침에 뱅크런이 나서 너나 나나 테더를 달러로 바꿔준다고 했을 때 뱅크런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테더가 그들의 현금보유량을 꽁꽁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실제 그들의 달러 보유량은 테더 발행량의 7분의 1 남짓이라고 한다. 물론 테더 측에서는 극구부인했지만.



사실 테더가 하는 일은 은행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예금도 해주고, 대출도 해주고, 보험도 하고 다 한다. 하지만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금융권과 달리 새롭게 피어나는 코인시장은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08년 당시 리만브라더스 사태가 왜 터졌는가, 고객들 자금 모아서 아무런 규제 없이 이것 투자하고 저것 투자하고 망나니처럼 돈 굴리다가 터진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리만의 수익률을 박살이 났고, 사람들이 자기들이 예금 해놓은 돈 내놓으라고 하니까 "몰라 배 째"를 시전한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급준비율이니 뭐니 하는 금융권에 강한 규제가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테더는 100조원 어치의 테더를 뿌려놓았으면서 어디다가 돈을 굴렸는지 알 수가 없다. 전통 금융권이었으면 쇠고랑 차고도 남았을 일들이 벌어져도 잡을 방법도, 처벌할 법도 없다. 물론 테더측에서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발 그래라) 구린내가 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루나-테라 메커니즘



여태 테더 얘기만 했는데, 이제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루나에 대해서 얘기해볼 차례이다.



루나와 테라 모두 테라폼랩스라는 한국기업이 만든 코인이다. 이중 루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그런 변동성이 심한 흔한 알트코인이고, 테라는 테더와 같이 달러에 페깅이 되어있는 스테이블코인이다.



하지만 테라는 테더와 성질이 다르다. 테더는 간단하다. 1테더를 그대로 1달러와 바꿔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테라는 알고리즘에 기반된 화폐이다. 테라는 루나를 담보로 하여 1 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 이 메커니즘에 대해 잘 살펴보자. 좀 어렵긴 한데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다.



"1테라는 1달러어치의 루나와 교환가능하다".


중요한 것이니 한 번 더 써본다.


"1테라는 1달러어치의 루나와 교환가능하다".


이는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에서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자, 그럼 1테라가 1달러 밑으로, 예를 들어 0.9달러로 떨어졌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럼 나는 여기서 돈을 벌 수 있다. 나는


1) 0.9달러를 내고 1테라를 산다


2) 1테라를 1달러어치 루나와 바꾼다.


3) 루나를 1달러에 판다.


4) 0.9달러에 사고 1달러에 팔았다. 0.1달러 벌었다.



반대로 1테라가 1달러 위로, 예를 들어 1.1 달러로 올라갔다고 가정을 해보자. 나는 여기서도 돈을 벌 수 있다. 나는


1) 1달러어치 루나를 산다.


2) 1달러어치 루나를 1테라와 바꾼다


3) 1테라를 1.1달러에 판다.


4) 1달러에 사고 1.1달러에 팔았다. 0.1 달러 벌었다.



이걸 있어보이는 말로 arbitrage, 우리말로 차익거래라고 한다. 테라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위와 같은 절차로 매수세가 생겨 가격을 들어올리고, 반대로 테라가 1달러 위로 올라가면 매도세가 생겨 가격을 끌어내린다. 이런 식으로 1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시킨다.



조금만 더 가서, 왜 테라폼랩스가 이런 매커니즘을 채용했는지 살펴보자. 신현성 공동창업자의 말에 따르면 (티몬 창업자 그 사람 맞다) 이런 방식이 탈중앙화 정신에 더 부합하다고 한다. 구체적 이유는 두가지이다.



1) 은행에 담보가 없다:



테더 같은 경우는 그저 법정화폐인 달러를 디지털 화폐 방식으로 바꿔놓은 모양새이다. 하지만 테라는 루나를 담보로 한다. 법정화폐에 종속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이게 테라의 가장 큰 리스크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암호화폐로 담보한다는 것. 테더와 달리 테라는 태생부터 자체적인 발권력을 행사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2)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루나-테라 생태계가 활성화 될수록 테라에 대한 수요는 더더욱 높아진다. 그럼 일련의 과정으로 루나의 가치가 오른다:



a) 테라 수요 상승


b) 테라 가격 상승


c) 차익거래를 위한 루나 소각


d) 루나 공급 감소


e) 루나 가격 상승



이렇듯 루나-테라 생태계가 활성화 될수록 테라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루나의 가격 역시 상승한다. 그럼 생태계 참여자들은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4. 테라-루나 시스템의 위험성



a) 루나에 완전히 의존적이다.



돌고 돌아 핵심은 무엇이냐면 테라는 루나를 담보로 한다는 것이다. 1테라를 1달러 법정화폐가 아닌 1달러어치의 루나로 바꿔주는 것이니까. 따라서 테라-루나 시스템의 존속은 모두 루나의 성패에 달렸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앵커프로토콜이다. 앵커프로토콜은 테라에 연이자를 무려 20%를 주는 상품이다. 초창기에 테라의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실행한 마케팅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연이자 20%는 파격적인 상품이다. 그 덕에 테라는 많은 사람들을 모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 이자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언젠가는 정상수준으로 이자를 낮추어야 한다. 그럼 이자를 낮췄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다시 테라를 법정화폐인 달러로 바꾸려고 들 것이다. 그럼 테라 가격이 떨어지고 - 테라를 소각시키며 루나가 공급이 늘고 - 루나 가격이 떨어진다. 이게 적당히 떨어지면 괜찮다. 여태껏 그래왔다. 하지만 한 순간에 많은 양의 테라 매도세가 생기면 루나의 가격도 버티지 못하고 폭락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먼저 들어온 사람만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를 줄여서 폭탄돌리기, 혹은 폰지사기라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루나는 두가지를 이뤄야한다:



1) 이자율을 낮추어도 사용자들이 테라를 계속해서 보유할 만큼 테라-루나 생태계가 성장해야 한다.



2) 테라의 대량 매도세를 감당할 만큼 루나의 시총이 커야한다.



첫번째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두번째에 집중해보자. 테라를 매도세에도 충분히 1달러에 페깅할 만큼 루나가 튼튼해야 한다. 그 말은 즉슨 루나의 시총은 테라보다 훨씬 커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폭락 전 루나와 테라의 시총은 모두 약 25조원으로 비슷비슷했다. 이 때문에 테라는 지속적으로 존속가능여부에 대한 의문에 시달렸다.








b) 탈중앙화가 아닌 더 위험한 중앙화 시스템일수도 있다.



그래서 폭락 직전, 테라폼랩스는 10조 정도의 비트코인을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과정에 있었다. 테라-루나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를 막기 위해 2차담보를 하는 결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만큼의 비트코인을 누구돈으로 사는 것일까. 본인들이 보유한 테라나 루나를 매각해서 산다고 한다.



이게 사실 엄청 위험한 것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저질렀으면 범죄가 되고도 남을 수 있다. 가장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곗돈을 계주 본인 마음대로 운용을 한 것이다. 운용이 성공적이면 아주 좋다. 하지만 계주가 큰 손실을 본다면 어찌될까. 뭐긴 뭐야, 뱅크런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방종해서 터진 것이 리만브라더스 사태이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시스템은 탈중앙화랑 거리가 멀다. 오히려 더 위험한 중앙화 시스템일수도 있다. 그 많은 돈은 여전히 소수의 결정에 의해 운용된다. 은행은 확실한 법이 있기라도 하지, 코인판에는 아직 제대로 된 규제가 없다. 이런 시스템에 정말 과연 "탈중앙화"라는 이름표를 붙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5. 루나 대폭락 사건의 전개



자, 그래서 드디어 루나 대폭락 사건까지 왔다. 오피셜은 아니지만 지금 트위터나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 찌라시는 헤지펀드의 공격이라고 한다. 가짜뉴스일 확률이 있으니 알아서 걸러들으시길 바란다.



세력의 공격의 내용은 이러하다.


a) 5조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공매도하고


b) 1.2조원 어치의 테라를 동시에 매도했다고 한다.



의도적인 뱅크런 사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거대한 매도세력에 테라는 1달러에서 디페깅 되었다. 물론 다시 차익거래를 위한 매수세력이 생기면 다시 1달러로 페깅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매도세력에 사람들은 루나를 불신하기 시작하고 같이 내다 던져버린 것이다. 그 탓에 루나의 가격이 떨어지고 - 테라의 디페깅은 심화되고 - 그로 인해 루나의 가격이 또 떨어지는 악순환, death spiral 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테라폼랩스는 3조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내다던졌다. 3조짜리 매도세에 비트코인은 바로 떨어졌다. 세력은 비트코인 숏으로 1조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참 안타깝지만 여러모로 좋은 타이밍의 공격이었다.



첫째로 연준의 긴축 탓에 코인시장 역시 심하게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 탓에 앵커프로토콜 역시 20% 이자율을 지킬 수 있을 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세력의 공격이 다른 루나 홀더들의 패닉셀을 보다 더 쉽게 이끌어 냈다.



둘째로는 테라폼랩스가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단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테라의 가격 방어를 할 수 있을만큼의 코인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루나는 99% 이상 떨어졌고 테라 역시 개당 약 0.4달러로 디페깅 되어있다. 망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런 소로스의 영란은행 공격 같은 풍문으로만 들어봤던 일을 2022년에 와서 라이브로 시청할 줄은 몰랐다. 누구에게는 피눈물을 선사했을 사건이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신기할 나름이었다.








5. 시장여파와 앞으로의 전개 예상



루나는 폭락 전 전세계 코인 시총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물이었다. 그런 코인이 하루 아침에 데이터쪼가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의 실패를 의미한다. 코인시장에 영향을 안 줄 수가 없다. 현재 대부분의 코인이 몇십퍼센트 씩 박살이 나있는 상황이다.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루나 쇼크에 언급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스닥은 또 3% 하락했다. 코인시장의 공포심리가 주식시장까지 전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탈중앙화의 실패를 알리는 사건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루나 사건을 계기로 암호화폐 시장은 또 다시 겨울을 맞이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편과 4편에서 난 미국 정부가 왜 코인시장을 죽이지 않는지 설명했다. 바로 자산가격 버블을 담아낼 유동성 주머니의 역할을 해서 그렇다. 하지만 긴축이 시작 된 지금 코인시장은 더이상의 효용이 사라졌다. 따라서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의 CBDC 개발과 더불어 코인시장 죽이기가 시작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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