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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가 버틸만한 이유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2년 6월 12일
  • 4분 분량

윤리와 실리는 따로 논다. 러시아가 과연 무너질지 의심스럽다. 뉴스를 보면 푸틴에 대한 전세계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푸틴의 노망이 낳은 참사이다, 견제 없는 권력의 비극적 말로이다 등등 하면서 말이다. 물론 전범국이 비난을 받는 건 양보할 여지 없이 옳다. 하지만 더 나아가 전세계 언론들이 러시아가 곧 있음 무너질 것 마냥 기사들을 써 제끼는데, 이게 과연 오롯이 객관적으로 쓴 기사들인지, 아니면 러시아가 무너졌음 하는 서방세계의 바램과 프로파간다 여론전인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중립의 수호자를 자처해본다. 러시아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1. 러시아의 재정상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서방세계의 전방위적인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은 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많은 대기업들의 러시아 엑소더스가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수십 수백억 자산의 유출이 예상되며, 올해 GDP 역시 무려 8%나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화되는 전쟁 탓에 천문학적인 군비지출까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푸틴이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원자재로 벌어들이는 돈이다. 전쟁과 중국의 공급난, 그리고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가운데 (어제 8.6%, 70년대 이후 최고치가 나왔다) 유가와 가스값이 치솟은 상태이다. 그 덕에 러시아의 경상수지는 최근 몇 년간 가장 배가 부른 상황이다. 당장 22년도 1분기의 경상수지를 보았을 때 약 90B$로, 작년의 30B$를 무려 세배나 상회하는 수치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더라도 올해 러시아가 원자재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작년의 최소 20%를 넘길 것으로 본다고 한다.



이렇듯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로 경제제재로 인한 타격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2. 러시아가 오래 버틸 만한 여러가지 요인들



염원과 달리, 현재 러시아의 곳간은 매우 빵빵한 상황이다. 푸틴의 주머니가 오랫동안 부를 수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자.



A)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



첫째로는 바이든의 친환경 드라이브가 있다. 친환경은 바이든이 결코 포기 못하는 핵심 공약이다. 바이든이 제시한 추경안이 2년 간 계속해서 상원과 하원의 반대를 받으며 그 사이즈를 줄여나갔는데, 그 중 일말의 타협도 하지 않은 것이 바로 친환경이다. 친환경은 포기 못 할 시대적 정신이기도 하며, 파리 협약을 탈퇴하고 셰일가스 시추를 적극 장려한 전임자 트럼프와 반대되는 바이든의 정치적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미국은 유가 잡기에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하필 글을 쓰는 오늘 바이든이 작심하고 엑손모빌이 고유가 유지를 위해 시추량을 증가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긴 했다만, 전쟁이 발발한 때 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유가를 잡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술만 더 떠보자. 최근 일주일 뉴스를 보니 바이든의 친환경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플레가 꺾이는 듯 했지만 다시금 최고치를 경신했고, 바이든의 지지율은 33%까지 주저 앉은 상태이다. 이대로 가면 11월 중간선거 때 공화당의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예상이다. 그렇기에 바이든이 칼을 빼들어 친환경은 보류하고 물가를 내려 끌지도 모르는 일이다. 몇 시간 전 엑손모빌에 날린 경고가 그러하다.



B) 유럽의 지나친 대 러시아 의존도.



두번째로는 유럽이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함에 따라서 유럽 역시 동참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과 달리 뒷배가 없다. 말로는 러시아를 규탄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행동은 지지부진하다. 가장 돈이 많은 독일 마저도 대 러시아 원유 천연가스 의존도를 55%에서 35%까지 밖에 낮추지 못한 상황이다. 독일이 이런데, 체력이 더더욱 모자란 다른 국가들은 새로운 에너지 공급처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리나 곧 있음 유럽의 휴가철이라 원유 수요도 상승 할 것이고, 더 나아가 겨울이 되면 난방 탓에 에너지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ECB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유럽경제는 한 층 더 숨을 죽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느릿한 행보는 러시아가 새로운 구매자를 찾는데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와의 딜을 보고 있는 상황이며, 셰일혁명 이후 미국과 중동 산유국과의 밀회에 금이 가는 조짐이 보이며 형국은 푸틴에게 더더욱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 그리고 현재 전세계적인 식량난 탓에 곡물에 대한 규제는 언급도 안 되고 있다는 것은 덤이다.



이 두가지 이유로 당분간은 러시아의 곳간은 서방세계 언론들의 주장과 달리 건실할 것으로 보인다.





3. 앞으로의 전개 예상.



현재 정세는 내가 [9편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예상한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2015년 파리 테러 당시 페북에는 프랑스 국기로 범벅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시리아에서 전쟁으로 7만명이 죽은 것을 주목한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듯 페북에는 잘 먹고 잘 지내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뭐 나만 깨어있고, 다른 사람들은 우매한 냄비라는 알량한 선민의식을 부리려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 따로, 그로 인한 세계 경제에 대한 실리적 타격 따로, 이렇게 이분하는 선을 정확하게 그려야 한다는 것을 짚고 싶었을 뿐이다.



이번 전쟁도 그렇다. 비록 현재 러시아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적대적이지만, 여론이 여론에서 그치지 않고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그 여론의 주체들의 사활이 걸려있어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서방세계에겐 우크라이나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가 영토 확장을 하여 강해지는 것에 입는 피해보다, 미국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러시아와 서로 마이너스섬 게임을 벌여 제3자인 중국이 어부지리하는 입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사활이 걸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걸프전을 보면 된다.)



사실 이는 크림반도 합병 사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 당시에도 오바마는 말로만 유감을 표하며 방관을 했을 뿐이다. 바이든 정부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결국에는 러시아가 어느 정도로는 영토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의 체면치레라는 정치적인 목적이 이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고 있다. 바이든의 정치적 정체성은 반트럼프이다. 트럼프와 달리 친환경을 시행하고, 트럼프와 달리 증세를 하듯, 트럼프와 달리 고립주의 대신 돌아온 세계경찰 노릇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종국적으로 전쟁이 사람들의 이슈에서 벗어날 때 쯤에 바이든 역시 한 발 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전쟁은 박자가 더 느려진 크림반도 사태의 변주 정도로 볼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러시아만 배부르냐, 당연히 그것은 아니다. 비록 중기적으로 보았을 때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나름의 열매를 취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러시아는 세계정치와 경제에서 한 층 더 고립되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갔기 때문에 서방세계, 특히 유럽의 탈 러시아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주는 시진핑 얘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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