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쏠림현상 - 유동성 공급과 비관적인 시장
- Minwu Kim
- 2023년 5월 2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2월 27일
레이달리오의 템플릿에 따르면, 시장은 생산성 추세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부채사이클을 순회한다. 하락이 있으면 반등이 있을 것이고, 상승이 있으면 조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락장에는 기회를 포착하고 잡아내는 결단력이 필요하고, 상승장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 없나 확인하는 조심성과 절제력이 필요하다. 지금 시황은 후자가 필요한 경우라고 볼 수 있으리라.
현재 미국증시는 대형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5-18/nasdaq-100-s-big-recovery-faces-a-key-tipping-point-tech-watch#xj4y7vzkg
세가지 지수의 퍼포먼스의 살펴보자.
첫째는 s&p500 지수이다. 시총 기준 미국의 500대 기업을 추종하는 지수이다.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약 0.5% 정도 상승했다. 보합세이다.
둘째는 나스닥 100이다. 미국의 100대 테크기업을 추종하는 지수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마소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나스닥 100은 무려 8% 상승했다. 뱅크런이니 어닝쇼크니 올해 터진 여러 암울한 이슈들을 감안했을 때, 이는 놀라운 수치이다.
셋째는 러셀 2000이다. 러셀 3000은 시총 기준 3000개 기업을 추종하는 지수이고, 러셀 2000은 그 3000개 중 상위 1000개 종목을 제외하고 추종하는 지수이다. 중소형 주식을 대표하는 지수라고 볼 수 있겠다. 무려 5%를 떨궜다. 올해 고점인 2월의 1998과 비교했을 때 그 낙차는 무려 10%가 넘는다.
패턴이 보이지 않는가. 대형주들, 특히 빅테크에게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대한 예시는 수도 없이 들 수 있다. 애플은 반년간 약 18%, 알파벳은 약 29%, 엔비디아는 104%, 메타는 무려 130% 올랐다. s&p500 중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에 약 30%에 달한다. 나스닥100 기준이라면 이 비중은 57%에 달한다. 또 하나 더 해보자. 현재 기준 애플의 시총은 러셀 2000의 모든 기업들의 시총을 합한 것 보다 높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AI붐이다. 작년 초에는 메타버스와 암호화폐의 하입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오픈AI의 GPT가 이끄는 AI 붐이있다. 물론 메타버스&암호화폐와 AI가 줄 파장과 영향력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후자가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제쳐두고, 시장의 단기 재료로 보았을 때, 현재의 AI붐은 작년 초의 메타버스의 그것과 꽤나 닮아있다. 추가로 미중 패권전쟁은 기술과 반도체를 위주로 벌어지고 있으니, 국가 핵심산업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둘째가 더 중요한 부분이다. 유동성 공급이다. 유동성 공급의 주체는 두 곳이다: 연준과 행정부이다.
첫째는 연준이다. 지지난편에서도 얘기했듯, 연준은 이미 국소적으로 양적완화를 실행하고 있다. 궁금해서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한 번 확인해봤는데, 여전히 BTFP와 DW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뉴스만 봐선 연준이 금리를 깔짝이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딱히 없어보이지만, 최고의 경제학 석학들은 아직도 열심히 상업용부동산과 뱅크런 위기가 터질 구멍들을 찾고 막는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둘째는 행정부의 지출이다. 달아오르는 미중패권전쟁에 물러나지 않고자 미국 정부는 올해 국방비에 역대 최대인 8240억 달러, 원화로 약 1100조를 편성했다. 중앙은행도 행정부도 모두 돈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 말은 즉슨, 잉여 유동성이 다시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돈들이 모두 어디로 가는가. 왜 특정 대형주들에게만 쏠리는 것일까. 이는 채권 시장에서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장단기금리차는 좁혀질 생각이 없다. 시장의 장기적인 뷰가 네거티브하니, 장기채 수요는 오르고, 채권금리는 떨어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현금여력이 빵빵하고 체력이 좋은 빅테크 등의 대형주들이 안전 자산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얘기해보자. 약 1년 전 쓴 22편에 캉티용 효과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 요지는 이러하다. 물가 상승에는 시간차가 있다. 가격전가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가격을 일찍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상승의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길어지는 가격경쟁의 치킨게임에 나가 떨어져버린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금리와 물가상승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선순환도 있지만, 동시에 소수의 독점적인 큰 기업들의 상대적 덩치를 불리는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를테면 최근에 벌어진 JP모건의 FRB 인수 건이 아주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체력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터져나가고, 여력이 많은 공룡들이 싼 값에 덩치를 불리는 그림 말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현재 대형주 쏠림은 결국 기업들의 생산성과 실적이 개선되는 건강한 상승이 아닌, 마약중독자 마냥 또 다시 유동성 공급에 의존하는 화폐현상적 상승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러니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순진한 소리는 하지 않겠다. 최근 몇 년 간의 상승은 항상 이런 식이었고, 이에 반하는 숏을 쳤더라면 진작 주머니가 거덜났을테니까.
하지만 이번 상승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유동성의 공급량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이슈인지 떠오른다. 바로 저번에 언급한 부채한도문제이다. 늘상 그래왔듯, 결국 미국의 마통 한도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 다만 바이든과 맥카시의 실랑이에서 어느정도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가 아직 미지수 인 것이다. 가령 바이든이 기싸움에서 패배하고 지출을 감축한다면, 향후 최소 2개월 간의 증시는 유의미한 하락세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니 대비책들을 잘 세워두고 묵묵히 지켜보자.
오늘은 대충 이 정도로만 가볍게 톺아보자.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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