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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패권과 스테이블코인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2년 7월 2일
  • 4분 분량

하루 전 월가아재님의 채널에 수수께끼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022년 4월 기준,


연준이 가지고 있는 미국채: 8.97T$


전세계가 가지고 있는 미국채: 7.455T$


일본이 가지고 있는 미국채: 1.218T$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국채: 1.003T$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 규모: 약 1T$


스테이블코인 총시총: 약 0.15T$



"You either die a hero or you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ome the villain."



문제: 영웅이 되지 못한 코인의 운명은?



이 질문에 대해 하루 동안 시간 나는 대로 틈틈히 시나리오 구성을 해봤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제 나름의 답을 끄적여보겠습니다.






1. 첫번째 시나리오: 달러와 국채에 기생하는 스테이블코인



첫번째 시나리오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입니다. 즉, 전통 금융권으로 넘어와 기존 주식시장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코인은 초기의 "탈중앙화"의 의미가 다소 퇴색됩니다. 그래서 전 "기생"이라는 단어를 골라서 표현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연준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품 안으로 거둬들일려고 하는가, 그것은 스테이블코인이 연준에 가져다 주는 실리적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채의 새로운 구매자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08년대 양적완화 시대 이후 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 미국채 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경기불황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이나 일본 등 무역흑자국이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채를 재매입하라고 강요하는 식으로 미국채의 가격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대미 최대채권국 중 하나였던 중국은 지난 10년간 미국채권 보유량을 서서히 줄여왔고, 최근엔 거진 미국채 투매를 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역시 미국과의 밀회에 금이 가면서 예전만큼 미국채를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하게 일본 정도가 미국채 물량을 흡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적완화를 지속하기 위해선 준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해야하며, 그 지위 뒤에는 미국채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현재는 전만큼의 미국채를 흡수할 구매자는 없어보입니다.



이런 마당에 미국은 양적긴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양적긴축이란 국채를 시장에 판다는 것입니다. 반 년 전만 해도 국채 시장의 최대 구매자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채 가격은 더 떨어집니다. 추가적으로, 코로나 이후 연준은 돈을 너무 찍어낸 탓에 미국과 달러에 대해 불신이 생긴 상태입니다. 이것은 연준의 매수와 매도를 떠나 본질적으로 미국채의 매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미국채는 가격하락의 압력만 넘치는 상황입니다.



자, 그럼 미국 정부는 미국채를 매입해줄 새로운 이를 찾아야합니다. 그것이 스테이블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첫번째 시나리오입니다. 최근에 무너진 테라-루나나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실물자산을 담보로 합니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명시된 법이나 규제가 다소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본인들이 고객들의 현금을 알아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회사채나 주식 등 매입하는 등 뮤추얼 펀드와 비슷한 형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미국 정부가 법적으로 개입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모든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보유자산의 최소 70%를 미국채로 소유해야한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럼 시스템은 아래와 같이 굴러갑니다:



- 미국채 매수 & 스테이블코인 발행


- 해외투자자에게 판매


- 스테이블코인 통화량 증가 (시총 증가)


- 미국채 매수 & 스테이블코인 발행 ....



결국 해외투자자에게 미국채를 판매하는 그림이 되죠.



이런 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채의 새로운 구매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스테이블코인은 "탈정부"와 "달러에 대한 불신"이란 초기의 핵심적인 이념을 정확히 반대되게 달러패권의 새로운 수호자가 될 수 있습니다. 비굴한 생존입니다.



추가적으로, 제가 <4편-CBDC>에서 이렇게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 "대개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연동 될 전망이다. 민간 암호화폐의 성장은 달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닌 되려 달러의 기축통화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시나리오보단 미국 정부가 CBDC를 자체 발행하여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씨를 말리는 시나리오를 항상 생각 했는데, 현재 CBDC 도입에 지지부진 한 것 보니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달러 지위를 공고히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게 첫번째 시나리오, 즉 "live long enough to see itself become the villain"의 경우입니다.







2. 두번째 시나리오: 미국정부의 핑계거리



첫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정부가 미국채 가격을 유지하여 연명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연명"입니다. 연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시나리오대로라면 일시적으로 새로운 미국채 구매자가 생기는 것이지만, 언젠가 미국은 감당 안 될만큼 불어난 국가부채와 시중 유동성을 해소해야하는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두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시간 끌지 않고 넘쳐나는 시중유동성을 즉시 해소하는 시나리오, 즉, 파국 시나리오입니다.



기축통화는 필연적으로 트리핀의 딜레마를 달고 삽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내리고 별 짓을 다해도,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본인들이 불려놓은 부채와 통화량을 해소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선 스테이블코인은 쓰기 좋은 제물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법정화폐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실물자산을 담보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장이 좋지 않은 탓에 실물자산의 가치를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 말은 즉슨 스테이블코인들의 담보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불신은 필연적인 수순이며, 루나-테라 사태와 같은 뱅크런 사태가 테더 같은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에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뱅크런 사태는 최악의 경우 크립토 판 전체를 지옥불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1T$ 짜리 시장을 태워버리면서 달러 유동성 해소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제가 <3편 - 비트코인>에서 언급한 시나리오와 같은 맥락입니다: "전통자산의 버블이 터지면 경제에 큰 타격을 입는다. 주식시장의 경우 수많은 기업과 연기금이 얽혀있고, 부동산은 서민들 부채가 얽혀있는데, 코인시장은 투기꾼들의 잉여자금을 모아놓은 곳에 불과하다. 이런 코인시장의 버블이 꺼지는 것은 실물경제에 타격이 훨씬 덜할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가 전통금융시장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것이라는 문제입니다. 그럴 경우 불가피하게 증시 역시 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보며, 최악의 경우 전세계적인 외환위기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또또또 미중패권전쟁으로 넘어갑니다. 미국이 10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게 20의 피해를 입어 마이너스섬 게임을 감수해서라도 중국에게 공격을 가하는 시나리오죠. 하지만 이때가 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대규모 침체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코인시장이 좋은 제물인 이유는 미국정부가 증시붕괴의 책임을 코인시장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뒤에선 경기침체를 의도해 달러 유동성을 정리하고, 겉으론 이를 규제를 벗어난 코인시장의 탓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게 두번째 시나리오, 즉 코인이 탈중앙화와 탈정부를 외치며 장렬히 전사하며 "die a hero"의 시나리오입니다.







3. 추후 고민 해 볼 문제: 비트코인의 향방에 대해



사실 코인판이 장렬히 전사하느냐, 제도권에 순응하느냐는 코인판은 선택권이 크게 없습니다. 모든 것은 미국 정부와 연준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민간암호화폐가 국가권력으로 찍어누를 수 없을 만큼 커지는 시나리오는 저는 현재 염두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비트코인만큼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익명성이 완성시킨 이상에 가까운 탈중앙화 시스템입니다. 유일하게 머리가 없는 코인이죠. 그리고 덩치도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정부 규제가 불가합니다.



거기에 금이 최근 예상보다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점과, 코인시장에선 미국채 대신 비트코인이 근본적인 담보가 된다는 사실, 그리고 중,러가 미국의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는데 유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 역시 비트코인 만큼은 다른 코인과는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연결고리가 툭툭 끊기는 부분이 많아서 정리가 되면 한 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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