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금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
- Minwu Kim
- 2022년 9월 11일
- 4분 분량
달러, 금, 그리고 비트코인.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제서야 퍼즐 조각이 하나 둘 맞춰지는 것 같다. 물론 이건 확증편향의 봉우리에 올라있는 모지리의 망상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보도록 하겠다.
"금은 달러패권의 적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새로운 달러의 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비트코인을 죽이려 들 것이다." 이것이 원래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니 저건 틀린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들고 왔다:
"연준은 달러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금값을 조작하여 억누르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억제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새로운 유동성 저장소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것이다."
1. 생각이 바뀐 이유.
생각이 바뀐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과 연준의 행보를 보면 비트코인을 죽일 생각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이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20년 3월 부터 21년 11월까지 연준이 돈을 찍어냈던 시기에 비트코인을 왜 내비두었는지는 1월 말에 쓴 [3.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적어두었다. 암호화폐 시장이 연준에게 가져다 주는 효용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크립토 판이 유동성을 흡수하여 전통자산의 버블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저 논리대로라면 연준이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이는 지금 크립토 판을 화끈하게 짓밟아버려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CBDC에 대한 행보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며, SEC의 규제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비트코인 현물ETF도 곧 있으면 상장 될 조짐이 보인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살려두고 있다. 그럼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못 죽이거나 안 죽이거나. 일단 못 죽이는 이유를 살펴보자. 비트코인와 암호화폐의 덩치가 너무 커져버린 것, 혹은 비트코인을 함부로 규제했다가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해칠까봐 두려워 엄두를 못 내는 것. 하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달러 패권을 위해서라면 이라크와 전쟁도 하고, 페이스북의 리브라도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필요했다면 이미 비트코인을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살아남고 있다. 그럼 미국은 이를 못 죽인게 아니라 안 죽인 것이다.
그럼 왜 안 죽일까. 비트코인이 달러패권에 가져다 주는 효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할 실마리를 금 선물 시장에서 찾았다. 유레카.
2. 금값 조작
금값 조작의 역사는 1972년 닉슨 쇼크 때부터 시작한다. 당시 미국은 60년대 존슨 대통령의 가난과의 전쟁, 70년대 베트남 전쟁과 오일쇼크 삼중고를 겪는다. 그 탓에 달러의 불신이 커지며 달러를 금으로 바꾸고자 하는 수요가 폭증했다. 그래서 미국이 "우리 금으로 더 이상 못 바꿔준다"고 배째라고 드러누운게 닉슨 쇼크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20세기 내내 금과 달러 사이 음의 상관관계는 지속되었다. 연준이 달러를 찍어낼 때 마다 금값은 튀어올랐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금의 부진이 시작된다. 이를테면 이번에 연준의 전례없는 양적완화가 그렇다. 9천억 달러라는 유례없는 유동성이 풀리면 당연히 달러 가치를 하락하고,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용 가치저장수단인 금값을 튀어올라야 마련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7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음해도 금값은 1700선을 횡보하고 있다.
이를 보고 나는 항상 그렇게 생각했다.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금에 대한 신뢰가 그보다 떨어졌거나. 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바로 연준과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이 의도적으로 금값 조작하여 잡아내리기 때문이다.
사실 금값 조작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만 식견이 짧아 나만 여태 몰랐을 뿐이다. 이는 전 재무부차관 폴 로버츠의 2014년 글에 버젓이 나와있다. https://www.paulcraigroberts.org/2014/02/07/market-manipulations-become-extreme-desperate/ 저 글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을 하자면, 현재 금 선물은 금 현물의 20배가 넘는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그러니 연준과 JP모건 등 큰 손들의 자본력으로 충분히 가격을 찍어누를수가 있다. 하지만 2014년의 경우 중국 쪽에서 현물 금 매수세가 들어오는데, 미국시장이 개장하면서 전례없던 금 숏포지션이 끌어내리게 된 것이다. 미국의 금시세조작은 이후로도 계속되었고, 이번 양적완화도 그 중 하나이다.
이번 경우에도 금값은 미친 인플레이션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한 때 2000선을 뚫었으나, 그 이후 죽 하락하며 1700선을 횡보하고 있다. 아래 글을 보면 선물시장에는 여전히 공공연한 장난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www.investing.com/analysis/futures-keep-dogging-gold-200629620
그럼 미국은 왜 금값을 조작하는 것일까. 넘치는 유동성을 담기 위해선 가치저장수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이라는 비이커에 물을 담자니 이미 시장참여자들이 눈금의 변화량을 너무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다는게 문제다. 조금 상세히 설명하자면, 달러를 풀면서 금값이 오르는 현상은 시장에게 달러 약세라는 너무나도 명확한 시그널을 주게 된다. 앞서 얘기했듯 종전에 나는 부진한 금값을 보며 "시장이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나보다"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연준이 바라는게 바로 이것이다. 금값을 조작해 시장 센티먼트를 조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 시장에 대한 불신과 함께 감당 안되는 유동성 탓에 미국은 그들의 유동성을 나눠담을 새로운 비이커를 찾아나서게 된다. 그게 비트코인이라는게 내가 조심스럽게 그려보는 시나리오다.
3. 비트코인과 제도권 편입, 그리고 비트코인 선물시장의 의미
1차 비트코인 불마켓은 2017년에 왔다. 그 때가 처음으로 비트코인이 범지구적인 관심을 받은 때였다. 비트코인은 낮은 tps등의 문제 탓에 화폐로서의 한계는 명확했지만, 금과 같은 성질을 바탕으로 설계된 덕에 그 불변성과 가분성은 가치저장수단으로 충분했다. 약 10년 동안의 시간 동안 해킹 당하지도 않으며 스트레스 테스트 역시 통과해냈다. 연준의 새로운 유동성 비이커에 선정되기 충분했다.
2차 비트코인 불마켓은 2020년 부터 시작됐다. 보통 이 때 기관의 참여가 시작됐다고들 많이들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때 부터 기관들의 언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판에서 순진했다간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기관의 포지션 공개를 했다는 것은 그들이 한참 전부터 모든 준비를 다했다는 것이다. 고객의 돈을 굴리는 기관의 특성상 참여 결정 후 바로 이를 공개하기는 힘들다. 그들의 판단에 충분한 확신이 들었을 때만 "했제"를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은 즉슨 기관들의 개입은 사실 17년 1차 비트코인 불마켓 때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감히 예상하건데, 그들은 가격을 계속해서 어느정도 올리고 내리며 절대 오지 않을 단단한 평단을 확보하고 있을것이다. 이게 맞다면 기관은 비트물량을 확보함으로써 모든 준비를 끝낸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준비"라고 함은, 비트코인의 가격을 말아올리는 준비가 아니라, 넘치는 유동성을 담아내고도 버틸 수 있는 금과 같은 또 하나의 비이커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보자. 현재 비트 시총은 금 시총의 10분의 1이다. 설령 비트 자체의 규모가 금처럼 커진다 해도 유동성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블랙록이 코인베이스와 제휴를 맺고,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었다는 것이 그래서 빅 뉴스인 것이다. 미국이 새로운 비이커로 비트코인을 채택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4. 향후 시나리오
이 시나리오가 맞다면, 비트코인은 중장기적으로 종전에 금이 버텨낸 유동성을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우상향한다는 가정은 틀릴 수도 있겠다.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충분히 이뤄진 후에는 결국 금과 같이 가격 조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폐시스템은 참 부자연스러운 결함 투성이 시스템 같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