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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 곧대로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3년 11월 25일
  • 1분 분량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말의 숨겨진 의미를 찾다보면 언제 문자 그대로 수용하고, 언제 내포 된 의미를 끄집어야하나 고민하고, 의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해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나중 가서 "그런 의미가 아니었느냐" 물었을 때, 상대는 입맛에 맞게 그 상황에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고, 책임을 나에게 전가할 수 있을테니까.

반대로, 내가 상대에게 숨겨진 의미를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기대에 기반해 말을 건넨다면, 그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치사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짜증나, 빈정 상해, 열 받아, 이런 말들을 들을 때 마다 힘에 부친다. 애교 섞어 가볍게 넘어가야 하나, 아니면 바로 분위기를 죽이고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하나, 결국 갈피를 못 잡으니 침묵을 택한다. 물론 나의 침묵에 "어휴 답답해"를 뱉어내면, 나는 다시금 튀어나오는 날선 말을 마른 침과 함께 삼켜낸다. 진심이 아닌 것을 알고 있으니까.

물론, 웬만한 불만은 홀로 삼켜내거나, 머쓱해하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힘든 사람도 있다.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십자가를 지고 산다. 곧이 곧대로 전달하지 않는 문법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수용하는 것도 익숙해진 이들에겐 뭐든 무식하게 수면 위로 쑥 꺼내버리는 내 방식이 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요즘 삶이 피곤하다. 기본적인 것 마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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