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 Minwu Kim
- 2024년 7월 19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월 2일
여차저차해서 벌써 세 번 만났다. 내가 아무리 철면피여도 이런 식으로 들이대는 것은 꽤나 많은 용기를 수반하는 일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아주 잘한 것 같다. 직감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대표님은 나를 꽤 마음에 들어하시는 눈치였다. 아, 그리고 갖다드린 초콜릿은 덤이다. 아주 땡큐뉘놩이다.
세번의 만남은 나를 대표님에게 파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내가 대표님을 파악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나는 한 때 이 분에 대한 존경과 호감이 너무 커 그 분이 뭐라 하든 끄덕이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대표님 본인도 얘기했듯, 유튜브의 본인은 하나의 상이다. 물론 이 역시 그 분의 모습 중 하나이지만, 그건 너무 잘 정제 된 일부라는 것이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기회는 그래서 소중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사람도 생각보다 구멍이 좀 있고, 사고하는 방식 역시 나와 아득히 차이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아 물론, 구체적으로 어디서 그렇게 느꼈느냐고 묻는다면 들 수 있는 예시는 없다. 이는 보다 비언어적인 영역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여전히 멋있고 빛이 난다. 이 분의 가장 놀라운 능력은 바로 원대한 상상력, 그리고 그걸 이뤄내는 추진력, 이 두가지인데, 나를 끌어당기는 건 아무래도 전자다. 그 분 처럼 열정 넘치는 사람은 꽤 보았어도, 그 분 만큼 깊은 사고력을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사람의 장기적 비전을 짤막하게 써본다:
보육원, 좀 더 정확하게는 과학적인 유년기 교육이다. 그 분은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기계가 학습을 할 때, 파라미터가 초반에는 많이 파닥이지만, 학습이 진행 될수록 그 변동폭이 줄며 하나의 값으로 수렴 비스무리하게 한다. 인간도 똑같다. 어릴 때 받은 교육은 사람을 쉽게 변화시키지만, 나이 들면 사고방식이 전부 굳어버려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금 굴러가는 세상은 그저 그렇게 튜닝 된 멀티에이전트들이 시뮬레이션에 던져져서 벌어지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 역사는 반복된다는 소리가 있지 않은가. 겉모습만 다르지,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정치 경제판에서 나오는 얘기는 사실 다 거기서 거기다.
고로, 인류역사를 근본적으로 한 단계 올리려면 초기 파인튜닝을 최적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모르겠다만, 현재보다는 훨씬 과학적인 접근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 전망 얘기도 내놓았다. 지금 많이들 연구하는 텍스트, 이미지, 소리가 가장 쉽다. 데이터가 썩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경제이다. 제한된 데이터 (월, 분기, 연 단위) 및 바뀌는 매크로 트렌드 탓에 더 많은 연역적 사고방식에 의존한다. 그 끝단에 있는 것이 바로 인간 및 바이오이다. 인간의 데이터는 수집도 어렵고 비싸다. 그리고 우리 인류는 인간지능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그걸 병목을 뚫어내야 개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사는 세계와 그 사람이 사는 세계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토록 광활한 상상력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어떠할까 싶다. 나는 왜 저 깜냥이 안 될까 아쉽다가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람의 생각을 귀동냥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 평생 모르고 죽을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본다. 미래는 이런 소수가 만들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팀에 합류하고 싶은 것이다. 단순히 이 회사가 잘 될 것 같아서, 아님 이 사람이 좋아서 만이 아니다 (아 물론 원래는 그랬다). 이런 깊은 상상력은 멋지지만, 이를 현실로 이뤄내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어쩌면 가능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노력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런 저 너머의 미래를 현실로 소환하고자 뽈뽈대는 경험은 나를 저 위 아주 높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기 때문이다.
라고 쓰는 순간 상하이 착륙이다. 기똥찬 타이밍이다. 5년 만의 집이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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