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1편 - NFT 아트시장 / NFT 커뮤니티
- Minwu Kim
- 2022년 3월 4일
- 4분 분량
베조스는 "변하는 것 말고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고 했다. 버핏은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만 투자하라"고 했다. 머스크는 어제 또 Web3를 조롱하는 트윗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선 다른 얘기를 한다. 우리 장기하씨는 초심 따위 개나 줘버리라 했다. 국내 최대 블록체인 VC 해시드 김서준 대표의 추정자산은 20조에 육박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두나무는 작년에 세금만 1조를 냈다.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NFT를 공부하면서 양단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 NFT를 부정하자니 내가 꽉 막힌 꼰대인가 싶었고, 수긍하자니 유행에 허겁지겁 올라타는 줏대없는 사람인가 싶었다. 그래서 침묵을 취하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니까. 중도의 스탠스를 취하고 결정을 유보하겠다.
2주에 걸쳐 두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얘기 하겠다:
1. NFT 아트시장과 커뮤니티
2. DAO
1. NFT 아트시장
두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A. 정당성 - 이게 말이 되는가
B. 가격지속성 - 가격이 유지가 되는가
A. 정당성
이미지는 손쉽게 복사 붙여넣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코드는 하나 뿐이다. 이게 NFT 아트이다.
21세기 봉이 김선달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아트시장도 다를 것이 없다. 모나리자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미술 교과서에 있고 인터넷에도 있다. 잘 만든 사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굳이 루브르까지 가서 원본을 보려고 한다 (심지어 그것도 원본이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 "그래도 원본은 질감이 좀 다르고, NFT 아트는 복사 붙여넣기 하면 완전히 똑같지 않느냐"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꼰대지만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서 2년 전에 내가 쓴 일기 하나를 꺼내본다:
"내가 보는 색깔, 내가 느끼는 감촉, 내가 듣는 소리, 이 모든 것은 세계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나의 감각기관에 의해 왜곡되고 재구성 된 모습일 뿐이다. 나는 세계의 실체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오감과 뇌가 그려주는 세계의 그림자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자폐아일지도 모른다. 모든 의식적 존재는 자신의 마음 안에 갇혀 산다".
아재감성은 무시해달라. 내 일기가 좀 저렇다. 요지는 전통적인 그림이나 NFT나 똑같다는 것이다. 누구는 NFT 아트는 일반 그림과 달리 모니터 해상도에 따라 보이는 그림이 다르다고, 그래서 오리지널의 가치가 없다고 한다. 이 말에 제대로 반박을 해줄 수 있다. 그런 논리라면 사람 시력도 제각각이다. 누구는 색맹이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 같은 그림을 봐도 뇌 속에서 재구성 된 이미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우리 솔직해지자. 미술관에 누가 몰래 가품 하나 올려놓아도 우린 알리가 없다. 감정사가 아닌 이상 말이다. 가품 보고선 아무 느낌 없다가 진품 보고선 갑자기 감동을 받지도 않는다. 그냥 남들이 진품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다.
예술품이 비싼 것은 희소성 때문이 아니다. 희소성을 원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패션시장을 보아라. 사람들은 한정판에 열광한다. 한정판을 위해 샤넬 매장에 새벽부터 줄을 선다. 20만원짜리 트래비스 스캇 조던은 400만원에 리셀되고 있다. 에르메스는 희소성을 위해 재고를 불태워버린다.
희소성이 보장된다면,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면, 그렇다면 돈이 몰리게 된다. NFT 아트가 비싼 건 충분히 말이 되는 얘기이다.
문제는 가격지속성. 즉, 가격이 유지되느냐이다.
B. 가격지속성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라는 NFT 작품이 있다. 69M 달러에 팔렸다. 원화로 약 700억원이다. "저게 말이 되나" 하면 안 된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 동의하면 가격은 만들어진다. 700억에 팔린 건 이미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저 가격은 말이 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내가 700억에 NFT 아트를 샀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내가 그걸 700억에 다시 되팔수 있을까. 그럴려면 시간이 지나도 내 NFT의 가치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 과연 NFT가 그럴수 있을까. 전통 아트시장과 비교해서 분석해보자.
전통 아트시장에서 작품의 가격을 유지하는 데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 시스템.
둘, 사람들의 인식.
첫째, 시스템이다. NFT가 거품이라는 사람들에게 옹호론자들은 반대로 묻는다: "그럼 호크니의 'Portrait of an Artist'가 1000억원이 넘는 것은 거품이 아닌가?" 그런 가격이 유지 가능한 것은 시스템 때문이다. 아트시장에는 갤러리와 미술관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아트시장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겠다: 일단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는 예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그 위에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은 작품을 팔지 않는다. 예술품을 전시하고 소장한다. 여기서 "소장"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소장을 한다는 것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유지가 된다. 예를 들어 리움미술관이 1억을 주고 그림 하나를 사왔다고 해보자. 리움은 그 그림을 팔지 않는다. 그래서 그 그림의 가격은 유지가 된다.
오프라인 아트 시장에선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검증된 기관이 가격을 유지한다. 중앙화 된 시스템이다. "탈중앙화"가 오는 새 시대에 맞지 않는 구닥다리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술은 바뀌어도 사람은 안 바뀐다. NFT를 위한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시스템이 없다면 가격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수도 있다. 여태껏 사람들은 NFT를 팔아치우기 바빴다. 그 돈을 가져다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NFT 아트시장이 굴러가지 않을까 싶다.
둘째, 사람들의 인식이다. 나는 고흐와 모네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게 정말 좋아서 좋은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좋다니까 좋은건지 모르겠다. 세상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높게 쳐준다. 우린 어려서부터 인상주의 작품이 훌륭하다고 교육 받아왔다. 그래서 백년이 넘어도 고흐의 모네의 그림은 여전히 비싸다.
NFT 아트가 가격을 유지하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NFT 아트가 최고라고 높게 쳐줘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그 작품들의 가격이 유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미술 시간에 'The Starry Night' 대신 'Cryptopunk'를 감상할 미래가 올 것 같지 않다.
다시 정리해보자.
A. 사람들은 희소성을 원한다. 그래서 NFT 아트는 비싼 것은 이상하지 않다.
B. 전통 아트시장에서 가격을 만드는 것은 시스템과 사람들의 인식이다. NFT 아트의 가격이 유지 되려면 이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2. NFT 커뮤니티
나는 일반적인 NFT 아트에 대해서 회의적인 편이다. 여기엔 시스템도 없고 사람들의 인식도 없다. 갈 길을 잃은 유동성이 끌어올린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NFT와 커뮤니티가 합체 되었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커뮤니티가 존재하면 가격을 유지시킬 시스템을 만든다.
BAYC (The Bored Ape Yacht Club)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돈이 남아돌아 삶이 지루한 유인원"의 모임이라는 컨셉의 NFT커뮤니티이다. BAYC 개발사 Yuga Labs는 10000점의 각기 다른 BAYC 유인원의 NFT를 판매했으며, 현재 가장 저렴한 유인원의 가격이 무려 100ETH, 현재 시세로 약 3억2천만원이다.
무지막지한 가격이다. 하지만 BAYC가 전편의 일반적인 NFT 아트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커뮤니티이다. BAYC의 NFT는 단순한 소장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인싸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다. 유인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두가지 혜택을 누린다:
A. 커뮤니티 활동 참여:
BAYC NFT 소유주들에게 주어진 첫번째 혜택은 낙서하기였다. 흰색 그림판 위에 본인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실로 대단한 특전이다. 이후 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오프라인 요트 파티를 연다거나, 새로운 강아지 NFT를 선물한다거나 하는 식의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일련의 이벤트들이 커뮤니티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BAYC오너들은 이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tech-savvy한 자신의 모습에 취한다. 실제 스테픈커리, 지미팰런, 그리고 제이지 같은 수많은 스타들도 BAYC NFT를 소유하고 있으며,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브랜드와도 콜라보를 진행 중이다. 이런 종교적인 특성이 증폭되는 순간 커뮤니티의 가치는 오르고, 더불어서 유인원의 가격도 오른다.
B. 브랜드 소유
사실 이게 BAYC가 기성세대의 브랜드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내가 아무리 나이키를 좋아해서 오만 신발들을 모아대도, 나는 결국 소비자이며, 돈을 버는 쪽은 나이키이다. 하지만 BAYC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소유권을 준다.
예를 들어 내가 유인원 하나를 샀다고 해보자, 그럼 그 유인원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온전히 나의 소유이다. 내가 유인원의 사진을 옷에 붙여 판매를 할 수도 있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팔 수도 있다. 이렇듯 BAYC 유인원을 소유하게 되면 이 브랜드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3. DAO의 도래
BAYC 같은 경우 달랑 디지털 그림 한 쪽만 판매하는 일반적인 NFT 아트와는 성질이 다르다. 커뮤니티에 기반한 NFT의 경우, 그 가격은 커뮤니티의 가치를 반영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NFT아트에 비해 가격지속성이 강하다고 본다.
이렇듯 NFT의 출연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부숴버리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개념은 비단 인싸들의 놀이터를 넘어 기업, NGO, 정부, 협동조합 등의 조직에 대한 통념도 도전을 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다음 편에 이어질 DAO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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