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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간단리뷰 - 확실해진 불확실성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2년 1월 30일
  • 3분 분량

[번외편 1: 1월 FOMC 간단리뷰 - 확실해진 불확실성]



열심히 안 쓴다고 했는데, 이건 진짜 진짜 힘 빼고 쓸 것이다. 정말 순전히 나보라고 쓰는 노트이고 나의 소위 "주간 프로젝트"에도 포함되지 않는 글이다. 하지만 읽는다면 말리지 않겠다 😉



맨날 연준 얘기만 하는데 지금 시장판세가 그럴 수 밖에 없다. 개별 기업의 펀더멘탈보단 수급이 지배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가치투자의 첨병 다모다란 교수님은 매크로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5년 내지는 10년짜리 김장을 담구는 장기투자자, 가치투자자나 하는 얘기이다. 보다 호흡이 짧은 거래를 선호한다면 연준의 움직임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당연지사. 이런 시장상황에서 이틀 전의 1월 FOMC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FOMC가 시장에 주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선 1. 연준의 정책 발표 전 시장의 예상과, 2. 실제 연준이 발표한 정책, 이 두가지를 고려해야한다. 연준의 정책 자체가 완화적이냐 긴축적이냐하는 절대적 정도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시장의 예상과 비교를 했을 때 상대적으로 연준의 실제 정책이 얼마나 더 완화적인지, 혹은 긴축적인지이다. 아무리 연준이 매파적이어도 시장이 예상한 범주 안에서 움직인다면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연준이 완화적으로 나와도 시장의 예상보다는 덜 완화적이라면 오히려 주가는 떨어질 것이다.



FOMC 전 시장의 예상은 개괄적으로 세가지로 볼 수 있다:


1. 3월 달 테이퍼링 종료


2. 올해 4번의 금리인상 (통상적으로 한 번 올리면 0.25% 올린다. 즉 올해까지 1%대로 올리겠다는 것)


3. 하반기, 내지는 연말에 양적긴축 시작.



위와 같이 이 세가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마 시장은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두가지가 있다. 예상보다 완화적이거나, 아니면 긴축적이거나. 그리고 이번 FOMC는 두번째 경우, 즉 더 긴축적인 케이스에 해당된다.



일단 예상보다 완화적으로 다시 돌아서는 것은 가능성이 없다시피 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연준은 3개월 동안 긴축적인 스탠스를 밀어붙였고, 인플레이션 수치도 나아진 것 없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시장에 충격이 좀 세다고 돌연 스탠스를 바꾸는 것은 가뜩이나 의심받고 있는 본인들의 신뢰도를 한 번 더 깎아먹는 자충수일 것이다.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적이라면 세가지 경우가 있다. 위에 세가지 조건에서 더 강하게 나가는 것이다:


1. 테이퍼링 조기종료.


2. 금리인상 횟수 증가, 혹은 한번에 0.5% 올리기.


3. 양적긴축 빠르게 시작 (테이퍼링이 끝나자마자 바로).



FOMC를 열면 우선 회의록이 공개되고, 약 30분 후 파월의 기자회견이 진행된다. 회의록이 공개될 때만 해도 시장은 호기롭게 2%씩이나 올라가고 있었다. 회의록에서 공개된 핵심 내용은 이러하다:


1. 성장과 고용이 탄탄하다


2. 인플레이션 문제가 예상보다 조금 세다. 하지만 공급망 문제들이 해소된다면 몇 달 후에는 누그러들것이다.


3. 금리인상은 곧 진행될 것이다.



이렇듯 연준의 입장은 시장의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30분 후 기자회견에서 파월이 입을 열자 주가는 다시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보면서 파월이 평소와는 다르게 빙빙 돌면서 얘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금리를 한 번에 0.5% 올릴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파월은 주저리주저리하다가"현재 성장은 매우 탄탄합니다"라며 답을 마쳤다. 그리고 이 발언이 시장의 하락에 크리티컬했다고 볼 수 있다. 파월의 답변 안에는 아래와 같은 로직이 있다:



연준이 신경쓰는 잡고자 하는 두마리 토끼는 성장과 물가이다. 그리고 성장을 잡으려면 물가가 너무 높아질수 있고, 물가를 잡으려다간 성장을 저해할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성장은 매우 탄탄하다"라고 하는 것은 성장이 탄탄하니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아도 시장이 버텨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는 것이다. 파월은 그럼 시장 상황을 봐가며 기존의 4번이 아닌 더 많은 금리인상을 시행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를 긴축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 다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humble and nimble", 직역하자면 "겸손하고 기민하게" 이다. 코로나 이후 2년은 연준은 "인플레는 일시적이다"하며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양 굴었다. 하지만 연준은 틀렸고, 이제는 겸손하게 "연준도 모른다"라고 정확히 전달한 것이다.



앞선 글에서 파월의 연준은 시장에게 본인들의 의사를 충분하게 전달하며 충격을 최소화 했다고 했다. 지금도 그 말이 유효하느냐라고는 묻는다면 반은 그렇고 반은 틀렸다고 할 것이다. 틀렸다는 이유는 앞으로는 연준이 언제나 노선을 바꿔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긴축을 선언한 후 연준은 이제 본인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시장의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알린것이다.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은 보다 유연하고 쉽게 바뀔 것이다. 하지만 맞다는 이유는 연준이 "이제 나도 내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FOMC의 핵심을 "확실해진 불확실성"이라고 라임을 살려 멋들어지게 요약하고 싶다.



  하락 때마다 배트맨처럼 나타났던 연준은 이제 없다. 이제 연준도 시장이 어느정도 버텨주는 한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적인 강수를 두어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튼 이제는 보다 유연해지고 가벼워진 연준에 적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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