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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ke: Chance, Chaos, and How Everything We Do Matters - Brian Klaas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3월 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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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은 사실 별게 없다. 아니, 내게 새로운 사실은 크게 없었다. 나 같은 우연적 세계관을 이미 체화한 독자에겐 이 책의 역할은 해당 사상을 보다 멋드러지게 표현할 예시를 몇가지 알려주는 것, 뭐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전지한(全知) 라플라스의 악마라든가, 인간의 눈과 문어의 그것의 진화 과정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한창 매크로 기반 투자를 할 때 이미 체감한 부분이다. 어떤 일들은 그냥 이유 없이 벌어지며, 거기에 일일이 설명할 구실을 찾는 것은 우매한 짓이라고.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인간의 직관과 통계학적 사고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 그 원인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과도한 인과추론은 덧 없는 섀도우복싱 일 뿐이며, 복잡계를 이해하는 것은 수면 위의 무지개 마냥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최적이다. 책의 분류법을 빌려보자면, 세상은 "everything has a reason"이 아닌, "stuffs happen"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종종 다중우주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내가 과연 얼마나 많은 가능했던 세계선을 지나 여기로 왔을까.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마냥, 다른 세계선의 나 자신을 가서 보고 오고 싶다는 망상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일종의 기이함과 섬찟한 감각이 느껴진다. 마치 광활한 우주 속 먼지 만한 지구를 보며 느끼는 그 코스믹 호러, 나 자신의 미미함, 그리고 동시에 세계에 대한 경탄 비스무리한 거 말이다. 그런 생각 하다보면 잠이 잘 온다.


돌아와서, 이 불확실성을 대하는 응당한 자세를 무엇인가가 중요한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에 대한 생각은 이미 해봤다. 작가가 세계에 대한 불확실성의 몇 백 페이지 가량 펼쳐놓고, 끝맺을 타이밍을 놓치고 남겨놓은 진부한 마지막 몇 십 장의 위로보다도 훨씬 많이 말이다. "진인사대천명"은 그 尽자가 주는 무게감이 너무 버겁고, 보다 가볍게 이동진님의 말을 빌려자면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의 마음 가짐이리라. 마치 저 경제사이클 그래프와 같다. 단기적인 변덕은 있더라도, 장기적 추세는 웬만해선 변동성이 적다. 고로 매일 옳게 살자고 노력을 하다보면, 그게 장기적으로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인거다. 물론 모든 통념이 너무 쉽게 깨지고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 그 단기적 변동성이 장기적 흐름까지 깨버릴 수도 있겠다만, 그것까지는 뭐, 어쩌겠나. 나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다.


정말 똥글에 진부한 글이 되었는데, 뭐 그래도 독후감은 남기기로 했으니 안 지우고 쓴다. 암만 생각해도 책 선정이 문제였다. 애초에 책을 고른 이유가 "내가 요즘 생각한 이야기"여서였다. 그러다보니 그냥 생각의 재확인만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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