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복
- Minwu Kim
- 2023년 12월 11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5월 9일
감정은 내가 아니다. 속지 말자.
기복이 심해졌다. 아니, 기는 그대로다. 복만 심해졌다. 빈도도 높아졌다.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진짜 이상한게, 또 시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돌아온다. 당장 한 시간 전의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된다. 언제 한 번 속이 감당 안 되게 들끓어 올라 1층으로 내려가 상담사님 당장 불러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막상 몇 시간 지나 상담사님 앞에 서서 머쓱하게 "글쎄요, 지금은 또 괜찮네요." 하고 말았다.
호르몬 체계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다. 통제를 벗어난 감정을 느낀다.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랄까. 그래서 무섭다. 화나고, 슬프고, 토하고, 못 자고, 피부 싹 다 뒤집어지고. 뾰루지도 하필 이마 정중앙에 났다. 무슨 울트라맨도 아니고, 존나 못생겼다.
이러다 진짜 사람 하나 잡겠다.
안 괜찮아 보이는 것이 싫다. 그렇다고 괜찮아 보이는 것도 싫다. 그래서 방구석에서 타자기나 두들기면서 이렇게 자기위로나 하고 있는 거다.
뭐든 수면 위로 들어내서 해부하고 살펴보고, 나 자신을 납득시켜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피곤한 성격이다. 그래서 매번 마음이 동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그 마음들에 매번 관심을 주다간 병 나겠다 싶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나는 이대로 가다간 단명할 것 같다.
뭐든지 여러번 겪으면 내성이 생긴다.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젠 이번 파도도 지나가겠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실을 상기시킨다. 부르지 않은 불청객은 무시하고자 한다. 그럴 때 마다 몸을 움직이거나, 타이머를 키고 일에 집중한다. 딱 5분 정도 이 악물고 버티면 부드럽게 지나간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다. 누구나 한 번 쯤 이런 시간을 견딘다. 아무렴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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