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긴축과 오미크론
- Minwu Kim
- 2022년 1월 13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2월 25일
이제는 웬만한 주제에 대해서는 나름 아는 척 몇 마디는 할 수 있는 수준에 온 것 같다. 하지만 이 돈공부라는게 책도 읽다가 유튜브도 보다가 인터넷 검색도 하다가 하니 내 지식들이 너무 파편화되었다. 이를 하나의 사슬로 묶을 필요성을 느껴 내 새해 목표는 돈에 대한 글을 한 주에 하나 쓰는 것으로 정했다. 항상 그랬듯 야심찬 새해목표는 2주 지나면 초등학생의 방학계획표처럼 보기 좋게 무너진다. 그래서 이번엔 내 아이폰 노트에 고이 모셔둔 글들을 보다 공적인 장소인 페이스북에 꺼내보고자 한다. 이렇게 남들에게 뱉어놓은 말이 있으면 약속을 못 지키는 나 자신에게 창피해서라도 쓰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밑밥도 조금 폭신하게 깔아놓고자 한다. 시근종태는 인지상정이니 애초에 너무 열심히 쓰지 않을 것이다. 장거리는 호흡과 리듬이 중요하다. 초반부터 냅다 달리면 금세 숨 가쁘게 헐떡일 것이다. 힘 빼고 써볼까 한다. 하루에 정확히 원고 20매를 쓴다는 하루키처럼 딱 일주일에 한 편이다.
나 보라고 쓰는 것이고, 따로 퇴고도 하지 않을 것이니 별로 친절한 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혹여 사람 좋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해준다면 그 보다 보람찬 것도 없을 것이다. 건설적인 지적과 이의제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첫 글은 연준과 오미크론에 대해서 조금 얘기해보고자 한다.
11월 말 파월이 연임이 되면서 연준의 스탠스가 돌연 바뀌었다. 허구헌날 일시적 인플레를 주장했던 이들은 돌연 긴축을 선언했다. 연준의 급커브를 이해하기 위해서 20년 3월로 돌아가 하나씩 톺아보자.
20년 3월, 빌 애크먼이 지옥의 도래를 외치고 cds로 신명나게 3조원을 발라먹은 그 때이다. 08년 금융위기 때의 수업을 잊지 않은 연준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10년물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에 회사채까지 매입하는 질적완화까지 시행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때까지 응급조치로 시간을 최대한 끈 셈이다.
그 결과로 20년 부터 지금까지 시장의 레토릭은 코로나의 확산과 실물경제 타격 -> 연준의 저금리와 돈 뿌리기 -> 1. 유동성 파티로 인한 증시 대호황 & 2. 낮아진 할인율과 언택트의 수요 폭증으로 인한 테크주와 성장주의 차별적 상승(혹은 나스닥의 차별적 상승).
이런 시장의 체제가 약 2년 가까이 이어졌다. 인플레 우려가 있든 델타변이가 창궐하든 연준은 항상 완화적인 스탠스로 시장을 달랬으니 말이다. 따라서 난 오미크론의 출현을 시장 체제를 연장할 땔감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방구석 트레이더의 야심찬 나스닥 롱은 실패였다. 12월 1일, 파월은 연임 직후 테이퍼링 가속화 및 금리인상을 언급했고, 1월 초엔 양적긴축까지 언급했다. 오미크론이 나타난 후 약 2년간 이어진 "변이 바이러스 -> 실물경제 악화 -> 완화적 정책"이란 공식이 깨져버린 것이다. 예고 없이 매로 변해버린 비둘기 탓에 나스닥을 속절 없이 흘러내렸고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1%에서 0.8%까지 수직 낙하했다. 홀로 무소의 뿔처럼 전진한 애플이 없었으면 난 아마 속이 많이 쓰렸을 것이다.
항상 일이 터진 후에야 분석하는, 전혀 힙하지 못한 이 레이백은 다 내 깜냥 부족 탓이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게 안 고치고 냅두는 것보다야 백번 낫다. 나는 연준의 급작스러운 노선 변경을 세가지 이유로 정리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다. 이는 누구나 아는 얘기라 따로 언급할 부분이 많이 없지만 구태여 몇 마디만 얹고자 한다. 연준의 정책은 줄곧 인플레보단 고용시장 회복을 우선순위에 두었고, 물가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기저효과다", "일시적이다"하며 끊임없이 잠재웠다. 하지만 인플레 수치가 10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고 (3일 전 발표 된 예상수치가 무려 7%였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자 연준은 "we retire the 'transitory' tag"이라고 대못을 박아버렸다.
일각에선 "바이든이 파월 연임의 조건으로 물가 안정을 내걸었다"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꽤 설득적인 것이 원래 정치적 타격이 큰 것은 고용률보단 물가상승이다 (아랍의 봄을 보아라). 실제로 요즘 바이든 정부가 물가 문제로 지지율이 쭉쭉 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에게 정치적 압박이 들어왔다는 것도 충분히 말이 된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것이 1주 전 발표된 고용률 3%와 달리 (3%는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두 달 전만 해도 고용시장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줄곧 인플레 보단 고용을 우선시했는데, 왜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인가. 유일하게 바뀐 것이 오미크론이다.
따라서 두번째 이유,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여력 확보이다. 앞서 언급했듯 연준이 펼친 일련의 완화적인 정책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다. 그 말은 즉슨 연준의 정책은 "백신이 개발된다면 실물경제는 회복을 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기반되어있다. 따라서 연준의 가장 큰 적은 변이 바이러스, 그것도: 하나, 백신을 무력화 하는 바이러스. 둘, 동시에 치명률이 높은 바이러스이다. 이런 변이가 퍼진다면 새 백신과 새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또 1년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런다면 정말 끔찍한 파국이 도래할수도 있다.
슬프지만 현재 오미크론이 저 조건에 꽤나 부합하고 있다. 비록 치명률은 낮다고 하지만 전파력이 강해 모수가 너무 커져버리는 것이다. 치명율이 0.1프로여도 1000만명이 걸리면 1만명이 사망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하루 100만명이 훌쩍 넘는 확진자에 98프로가 오미크론이라고 한다. 그리고 델타변이와 달리 오미크론은 백신도 무력화한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들로 밝혀지고 있다.
연준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시장이 보기에 "연준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제로금리에 돈 뿌리기에 회사채까지 사들이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경제가 변이 바이러스에 한 방 더 먹는다면 연준이 꺼낼 카드가 더 이상 없다. 마이너스 금리야 되려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더 큰 신용경색을 초래한다는 것은 독일과 일본이 잘 보여줬고, 추가적인 양적완화는 이제 달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연준이 이렇게 급하게 테이퍼링도 모자라 양적긴축을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본인들이 쓸 수 있는 카드를 급하게 회수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설령 정말 오미크론 같은 변이로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되더라도 다시 꺼낼 수 있는 패가 생기는 것이니까.
셋째, 미중 패권 전쟁이다. 이건 보다 초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이다. 미중 패권 전쟁에 대해 아직 공부 중이라 이 부분에 대해 함부로 아는 척 하긴 싫으니 아는 선에서만 조금 얘기할까 한다. 90년대 값싼 노동력으로 일궈낸 제조업 기반의 콘크리트 같이 튼튼한 성장과 달리, 21세기로 들어와서 중국의 성장은 부채로 쌓아올린 위태로운 모래성에 가깝다. 저성장의 시대와 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발발한 15년 위안화 위기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08년 금융위기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긴축은 작년 중순 쯤에는 시작되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면서까지 돈을 뿌려대는 것은 중국의 부채를 쌓아올려 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충격을 최대화 하는 것에 있다 (아님 말고). 중국도 그걸 알기 때문에 외화 유출을 최대한 막고 부채 문제를 최대한 정리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버그란데 디폴트, 마카오 카지노 규제, 중국기업의 해외시장 IPO 규제, 그리고 일대일로 사업 등을 모두 이 미중패권 전쟁의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여기서 기축통화 얘기도 좀 하고 싶긴 한데, 그건 공부 좀 더 하고 나중에 써보도록 하겠다.
자,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 이 분석이 모두 들어맞든 그저 방구석 쉐도우복싱에 불과하든 확실한 건 연준의 방향은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주식을 전부 현금화 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연준의 행보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은 일종의 기대감을 가지고 대응한다. 무슨 소리냐면 연준의 정책이 절대적으로 매파적이냐 비둘기적이냐보다, 시장의 예측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어느정도의 괴리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단 것이다. 그런 면에서 08년 버냉키보다 파월의 연준이 더 성숙한 점은 시장에 시그널을 충분히 준다는 것이다. 지난 약 1년 간 연준은 지속적으로 테이퍼링에 대해 시장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번 양적긴축에 대해서도 최근 fomc와 어제 청문회에서 "양적긴축은 아주 천천히 진행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아는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비록 20-21년의 눈에 뻔히 보이는 유동성 파티는 당분간 없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폭락에 가까운 조정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님 말고).
위의 이미지로 글을 마무리 할까 한다.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인데, 버핏이 캐시우드를 역전했다. 22년도 시장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투자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그래프이다. 20-21은 전례없는 상승장에 더 제대로 올라탄, 베타수익의 노출을 극대화한 이들이 승자였다면, 22년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이가 연말에 샴페인을 깔 것이다. 케케묵은 말이지만 버핏옹의 수익률은 항상 그렇게 말한다 (단순히 수익률 뿐인가. 저 우직한 보라색 선과 무게없이 파닥이는 파란선을 보아라. 샤프지수를 생각하면 버핏은 완승했다). 오르는 것이 당연했던 지난 2년간 긴박한 템포에서 벗어나 느린 호흡에 적응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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