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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리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8월 3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2일

제일 껄끄러운 인간상은 무논리의 인간 같다. 이들의 특징은 대화를 단절하거나, 말도 안 되는 궤변, 내지는 가스라이팅 등, 각종 치사한 수법으로 상대를 망가뜨리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논리와 무논리와 싸우면 무논리가 이긴다. 아니, 정확히 얘기해서, 힘의 차이가 없을때는 무논리가 이긴다. 법정 재판에 가서는 대단하신 판사님이 일단 대부분의 경우 논리의 편에 서있기에 웬만해선 논리가 이긴다. 하지만 일상 속 대화에서 누군가가 무논리로 나를 조지려고 들면 대처하기 아주 까다롭다.


논리의 편에 선 이들은 자신의 자명한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분개한다. 귀를 막고 "에베베 안 들리는데~" 하며 약을 올리는 꼬라지를 떠올려보자. 아주 열이 제대로 받는다. 그럼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본인이 맞고 상대가 틀리다는 것을 어떻게든 상대가 인정하게끔 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이는 사람의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무논리로 맞대응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무논리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의 "동기"가 뒤틀려있다는 것에 있다. 상식이 있고 역지사지가 되는 인간들에게는 논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무논리의 경우, 그들이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까지 비합리적인 말을 내뱉는지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대충 공부해본 결과 이러한 무논리의 행태는 나르시시스트 정신질환자들에게서 흔하게 발현된다. 그들은 설득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 또한 1차적인 목적이 아니다. 종종 그들은 상대를 교란시키고, 지치게 하고, 감정적으로 소모시키는 것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 한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아니라, "내가 더 위에 있다"는 감각이다.


그래서 무논리의 대화는 일종의 전리품 사냥에 가깝다. 그들은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거나, 함께 나아가거나, 공동의 해답을 도출하는 데 관심이 없다. 대신, 상대방이 말문이 막히는 순간,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 혹은 지쳐서 포기하는 순간을 쾌락처럼 소비한다. 마치 대화가 아니라 사냥터에 나온 듯한 태도다.


고로, 이런 무논리 인간은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다. 이를 상대하는 것은 마치 늪과도 같아서, 나의 불만에 대해 보상 받기 위해서 발악을 할수록 상대에게 먹이를 주고 화를 키운다. 앞서 얘기했듯이, 압도적인 힘이 있는 경우 상대를 철저히 짓밟아 굴복을 받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애초에 그런 권력이 없는 이들만을 먹이 삼기에,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상책이다.


내가 운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만, 이런 말 안 통하는 사람들을 많이 겪어왔다. 궁리를 많이 해봤다만, 결국은 이길 수 없는 싸움, 아니 이기기 위해선 너무 큰 비용이 드는 싸움이라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인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불공평한 일들도 있는 것이다. 당장 에프원만 봐도 경의 품격을 당해봤자 본인은 리타이어, 상대는 10초 패널티 뿐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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