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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립스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5년 12월 1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4일

독감이 생각보다 많이 지독했다. 1주일 가량 시름시름 앓다가 이제서야 겨우 정상 범주로 돌아온듯 싶다. 암튼, 처음으로 참석한 뉴립스 학회에 대한 회고를 남겨본다.


  1. AI는 트위터에서 일어난다. 저번 EMNLP 회고에서도 다뤘다만, 내가 이 씬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이 늘 있어왔다. 하지만 뉴립스에서도 느낀 바는, 결국 다들 트위터에서 체크업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눈 담론들은 대게 크게 새로울 것 없이 내가 트위터에서 본 주제들이었다. 이제는 보다 불안감을 내려놓고 열심히 체크업을 하면 될 것 같다.

  2. 학회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대해서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박사 지원 대비 교수님들한테 눈도장 찍으러 간 게 주요 목표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떤 실리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1. 포스터 세션에 쳐들어가 저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하고, 또 나름의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겠다. 실제로 학회 전에 봐둔 논문이 꽤 있었던지라 몇몇에겐 그렇게 했다. 그렇다고 얻은 것이 아주 많은가를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생각을 확인한 정도.

    2. 각종 밋업에 참가한다. 나도 공짜 밥 공짜 술 먹으러 한 서너개 신청해서 갔다. 가서 나름 인싸인척 하며 기빨려가며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렇다고 얻은 것이 아주 많은가를 묻는다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링크드인 친구는 늘었다만, 다시 연락할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지에 대해선 매우 회의적이다. 물론 그건 내가 아직 하꼬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한 2년 동안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놓고 다시 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유의미한 협업의 기회가 온다거나 할 수도.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3. 구직하러 간다. 실제로 채용 세션이 엄청 크게 있었다. 가서 제프딘도 봤다. 내가 인턴십에는 아직 관심이 없어서 제대로 뭘 안 했다만, 실제로 구직하러 가기에 나쁘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뽕맛이다. 뒤에 따로 얘기하겠지만, 가면 정말 내가 이 커뮤니티에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대가들 부터 내 분야의 교수들까지 눈에 채이는게 아는 얼굴들이다. 아비랄 쿠마르 교수님 보고 진심 설렜다. 내가 교수들 얼굴 보고 신기해 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이 세계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마치 바깥에서 보면 그냥 아저씨지만, 군대에서 4스타 참모총장들을 보면 온 몸에 긴장이 빡 되듯이 말이다. 암튼 그런 걸 보면 나도 열심히 하고 싶고, 그렇다. 여기까지 적다보니 이번에 돈값은 여기서 다 나온 것 같다. 다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다음 번에도 이런 기분 좋은 충격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3. 프론티어는 생각보다 가깝다. 프론티어랩에 대해서는 막연한 환상이 있어온 것 같다. 왜, 예전 DARPA가 인터넷을 만들거나, 미군이 랩터 같은 전투기를 만들거나, 스노든이 폭로한 nsa의 도청 수준을 보면, 저 대단한 프론티어 랩들은 음모론에 등장할 만한, 소위 외계인 고문해서 만든 기술들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정보의 불균형이 너무나도 좁아져, 프론티어와 학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조금만 해봐도, 오픈소스 진영에서 아카이브에 하루에도 수백개 찍어내는데, 그게 꼴랑 프론티어나 국방연구소 몇천명이 싸워서 이긴다는게 어불성설이다. 이번에 실제로 딥마인드, 오픈AI, 앤트로픽의 리서처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 분들 보면 컴퓨팅만 많지, 나랑 연구하는 것을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 박사 2학년의 한 딥마인드 인턴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데, 학계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explore하면, 프론티어 랩들은 그중 가장 promising한 것들을 뽑아 exploit하고 scale up을 한다는 얘기였다. 아무튼, 프론티어에 대한 보다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유의미한 수확이었다고 본다.

  4. 연구가 직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이 되어야 하는 것을 느낀다. 1주일 동안 연구 얘기를 너무 해대서, 마지막 날에 가서는 정말 연구 생각은 그만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월요일에 공항 가는 길의 카풀에서 도 잡혀서, 탑승 수속할 때도 모르는 사람한테 잡혀서 연구 얘기를 해야만 했다. 정말 지긋지긋했고, 그만큼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제프리힌튼, 요슈아벤지오, 카이밍허, 최예진, 조경현, 리처트서튼 등 대가들을 보게 되었는데, 저 분들은 아마 지난 최소 십수년간, 많게는 수십년간 연구 생각만 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분야에 심취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5. 조경현 교수님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젊은 리서처와 얘기를 나누고 싶으시다는 트윗을 올리시길래 우리 교수님 이름까지 팔아서 부리나케 지원했다. 사실 연구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내 연구주제로 얘기가 좀 새버렸다. 그리고 계속 시계를 보시고, 15분 만에 대화를 마무리를 하려는 기색이 보여, 급하게 마무리를 했다. 나는 그게 두고두고 아쉽다. 그냥 철면피 깔고 좀 더 뻐팅길 걸. 하지만 곧장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가정들을 검토해나가는 과정을 몇 분 동안이라도 볼 수 있는 건 너무 좋은 기회였다. 본인은 오래하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하시던데, 오래 "새빠지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 아마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아무튼, 나도 그런 훈련을 거치면 조경현 교수님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싶다.

  6. 조경현 교수님의 키노트도 유독 인상적이었다. 현재 본인이 관심을 갖고 계신 연구를 소개하기에 앞서, problem-solver로서 지내온 본인의 연구 커리어를 주욱 훑고 지나가시는데, 그게 참 찬란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분야가 아닌지라 나중 가선 거의 30%는 못 알아 먹은 것 같다만, 저런 학자로서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는 것도 참 멋진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조경현 교수님이 내 뽕맛을 오지게 채워주셨다.

  7. 암튼, 이 바닥에 좀 더 있고 싶다. 그럴려면 박사를 붙어야 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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