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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예웨스트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2023년 12월 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5월 8일

여느때와 같이 물렁한 알앤비나 재즈로 귀를 막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가스펠 합창이 빵하고 터졌다. 그 노래가 Dark Fantasy였다. 그 자리에서 칸예의 5집 MBDTF를 주욱 돌렸다. 힙합 듣는데 전율을 느낀건 켄드릭라마의 TPAB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래서 간만에 덕질을 해봤다. 칸예의 디스코그래피를 전부 다 돌리고, 일대기에 사건사고까지 다 찾아봤다. 이지부스트 파는 아저씨로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당분간 다른 노래는 귀에 안 들어올 것 같다. 아 특히 ghost town은 진짜 최고다.


칸예 만큼 "락스타"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도 없는 듯 하다. 최고의 음악성과 미적감각, 겸손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나르시시즘, 될 때 까지 로트와일러 마냥 물고 늘어지는 독기, 그리고 한 없는 불안정함과 끊임없는 사건 사고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냥 그 사람은 낭중지추, 스타 그 자체이다.


그런 칸예를 보고 든 생각이다.


인생 자체가 예술인 아티스트들이 있다. 축복 받은 예술가의 삶에서 한 없이 추락하는 칸예를 제하고도 예시는 차고 넘친다. 바스키아, 커트코베인, 쳇베이커, 에이미 와인하우스, 지미 헨드릭스, 반 고흐, 잭 케루악, 랭보, 류노스케, 다자이오사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끝도 없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삶이 먼저 예술이 되고, 작품은 그 부산물처럼 느껴진다. 이런 보헤미안적인 삶에는 술, 담배, 마약, 섹스, 범죄, 도박, 중독, 폭력 등 무질서가 필히 따라다닌다. 그래서 대부분 자살하거나, 정신병에 시달리거나, 약에 중독되거나, 폐병에 걸려 죽는다. 후대는 이런 사람들을 불꽃같은, 낭만적인 삶을 살았다고 기억한다. 니체식으로 말하면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반면에 아폴론적인 예술가도 있다. 이들은 그들의 삶과 예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놓는다. 매일 10키로를 뛰는 하루키가 그렇고, 매일 산책한 칸트가 그렇다. 앙드레 지드도 <지상의 양식>에서 나다니엘에게 그렇게 타령을 해놓고 정작 본인은 바른생활 사나이였다고 한다. 심지어 포스트모더니즘 그 자체인 들뢰즈 마저 투신자살 한 것 외엔 꽤나 단정한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있다.


디오니소스적인 삶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삶의 흐름에 온전히 몸에 맡겨 그걸 창조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가장 큰 문제는 삶의 흐름에 온전히 몸에 맡기다 보니 본인의 삶이 파괴된다는 것에 있다. 창조와 파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반면 아폴론적인 삶은 흐름을 통제하고 조율한다. 그 덕에 엇나갈 위험도 적지만, 창조성 역시 그 안에 갇혀버리기도 한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아폴론적인 삶을 산다. 법과 자본과 과학의 트로이카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선 그것이 범용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선망을 가진다고 하던가. 내 반대편에 있는 디오니소스적인 삶에 막연한 동경을 가질 때가 있다. 나도 한 번 내 멋대로, 속된 말로 나 꼴리는대로 화끈하게 살다가, 갈 때도 예술로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시기에는 저런 삶이야 말로 진짜 삶이고, 지금 내 삶은 가짜, 혹은 보잘 것 없는 겁쟁이의 삶이라고 여겼었다. 그걸 흔히들 중2병이라고 하는데, 사실 누구나 이런 저항정신을 어느 정도 품고 있을 것이다.


그 카타르시스를 칸예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도 저렇게 남 눈치 안 보고 살고 싶다. 요즘 너무 물렁해져 있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최악에 최악을 고려하고, 모든 일에 수세적으로 임하고, 그렇다보니 결정도 느리다. 그렇게 머리 싸매서 나온게 겨우 이거다. 내 감정을 매번 억누르고 부정하니 모든 것을 벙어리 장갑을 끼고서 만지는 기분이다. 이러다 화병 걸려 뒤지겠다.


이 글을 왜 쓴지는 모르겠다. 그냥 쓰고 싶었다. 아무래도 방구석에서 빌빌대며 매일 밤 아침이 최대한 늦게 오길 바라는 나와 달리, 다 좆까고 자기 곤조로 밀어붙이는 칸예가 부러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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