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Minwu Kim
- 2024년 8월 21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월 4일
이 동네는 유독 오래가는 것이 많다. 아빠 엄마는 어느덧 20년 넘게 이 동네를 지키고 있다. 한인교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며, 담임목사님의 설교는 여전히 면을 최한다. 초등학교 때 모여서 축구하던 애들은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모여서 볼을 찬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도 여전히 같은 학교를 지키고 있다. 이 동네가 예전부터 고위관료들 낙향하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한국으로 치면 충청도 같이 양반들 모여살던 그런 도시다. 올드머니가 많고, 웬만하면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맨날 새로운 삐까뻔쩍한 건물을 지어대고, 코로나가 가게들을 한바탕 휩쓸고 갔어도, 이 동네는 세월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듯 하다. 히사이시조의 썸머, 그리고 让我们荡起双浆, 그 때 그 노래가 품은 정취를 아직도 지니고 있다. 아 물론, 그래봤자 15년 남짓이긴 하다.
집을 나갔다 돌아와보니 그제서야 이 곳이 진짜 내 나와바리, 고향임을 느낀다. 여기 내내 있을 때는 늘 나 자신을 이방인 취급했고, 이들과는 온전히 속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연꽃 마냥 붕 떠있는 뿌리였다. 하지만 5년 만에 돌아오니, 이곳저곳에서 환대를 받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전의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은 여기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종의 애틋함을 느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당장 누나도 고등학교 친구 몇 빼곤 다 연락이 안 되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뭉근함을 갖는 것, 꽤나 소중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런 몽글한 생각들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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