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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색

  • 작성자 사진: Minwu Kim
    Minwu Kim
  • 4월 17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23일

하루는 너무 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져서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딘가에서 지워진

내가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시간은 접힌다

그리고 그 접힘선에 갇힌다

펼치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주름은 영원히 남는다


빛이 부서진 건지

내가 부서진 건지

구별할 수 없을 때

색깔만 남았다

그 각도에서만 무지개를 볼 수 있다


눈앞이 뿌옇다

아무 결정도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이 그때부터 결정된 것 같았다

무거운 건 매한가지다


말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떠돈다

애초에 중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속이지도 못하고

속지도 못한다

양쪽에 한 발 씩 걸쳐놓였다


어떤 순간은

도착하기도 전에 사라진다

그 빈 자리를 느낌처럼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이라 부르기엔

너무 조용하다


무언가를 느낄 때마다

그건 이미 지나가고 없었다

느낌은 언제나 지각보다 반 박자 빠르다

그래서 늘 조금 늦게 아프다

덜 존재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덜 말하고

덜 느끼고

덜 아프게

그렇게 조금씩

작아졌다


그렇게 투명해진다

투명도 색이길 바라지만

투명은 보이지 않는다


말을 멈추고

숨을 쉬었다

침묵이 내게 다시금 색을 입힌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제서야 충분하다


이대로 사라질 수 없다

색깔이 되고 싶다

내뱉은 호흡이 공기에 섞여들어간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된다

나의 작음은 그렇게 구원이 된다


삶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토록 간절히 해보았던가


==============

15분 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다시 끄적여본다.


시를 별로 안 써왔다. 나의 추상은 언어의 나태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기 써놓았듯, 구체화 된 언어는 되려 모든 것을 지리멸렬하게 한다.

피어나는 이미지들을 툭툭 헐렁하게 몇 개 던져놓으면 대충 뭔 얘기 하는지는 전달이 된다. 마치 글로 하는 그림일기 같다.


아무튼, 위로와 출사표는 여기까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고, 논문 데드라인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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