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FOMC 리뷰 - 흔들리기 시작한 연준에 대한 신뢰
- Minwu Kim
- 2022년 5월 7일
- 5분 분량
하나. 5월 FOMC 리뷰
1. 기준금리는 0.5%씩 인상 할 것이다. 0.75%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2. 채권매도(양적긴축)는 6월 1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매월 $47.5B를 매도하고 3개월 내로 매도 속도를 두배로 늘릴 것이다. 연준은 종국적으로 채권보유량의 30%를 매도할 계획이다.
3. 미국경제는 강하다. 특히 고용시장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연준의 긴축에도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는 연착륙 (soft landing)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연준이 절대적으로 완화적이냐 긴축적이냐 보다 시장의 예측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완화적이거나 긴축적이었나가 중요하다. 물론 연준은 긴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에 비해선 완화적이었다. 4월 내내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0.75% 인상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었다. 그래서 증시가 끊임없이 내려갔다. 하지만 실상은 0.5% 인상에 그치고 말았다. 시장에 대한 뷰를 웬만해선 내비치지 않는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파월의 발언은 다소 비둘기적이었다"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을 정도였으니까.
5월 FOMC에 대해선 거론 할 것이 딱히 없다. 이번 회의는 45일 전 3월 회의 때의 스탠스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바로 Soft landing, 연착륙이다. 물가를 잡되 경기침체로 가지 않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시장의 움직임이 상당히 흥미롭다. 아니 사실 곤혹스럽다. 한 번 살펴보자.
둘. 시장 반응
나는 이번 5월 FOMC를 실시간 시청했다. 파월이 "75bps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라고 말을 뱉는 순간 s&p500과 나스닥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상승하기 시작했다. 결국 장초반 1% 밀린 것을 뒤집어 버리며 약 3% 오른채로 마감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목요일에 나스닥은 5% 대폭락을 했다. 전날 상승분을 반납하고도 남을 것이다. 2020년 3월, 코로나 미국 상륙 이후 나스닥의 일간 최대 하락 폭이다. 동심에 어려야 할 어린이날에 어울리지 않는 증시쇼크였다.
문제는 폭락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진짜 모르겠다. 1편 [연준과 오미크론]에서 난 "일이 터지고 나서 분석하는 것은 쉬운데 미래를 맞추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말을 바꿔야겠다. 가끔은 일이 터지고 나서 이유를 찾는 것도 너무 힘들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월스트리트나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도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한 것 같다. 이틀 동안 내 나름 온갖 지표들과 애널리스트 리포트 수십개를 살펴봤다. 그럼에도 속 시원한 설명을 찾지를 못했다. 그래도 내가 들인 시간이 아까우니 금융권이 바라보는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보겠다.
1. 연준의 금리인상이 뒤늦게 반영이 되었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파월이 금리를 75bps 말고 50bps만 올린다고 해서 앗싸리 매수했다가 하루 지나고 다시 보니 막상 호재가 없어서 "이거 맞아?!" 하면서 머쓱해서 하락했다는 것이다.
2. 비록 연준이 75bps를 올리지 않겠다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공포감과 연준에 대한 불신이 뒤늦게 반영되었다. (1, 2번 둘 다 이게 무슨 안 하니만 못한 말인가 싶겠지만, 무려 골드만삭스 리포트에서 하는 얘기이다)
3. 연준이 향후 금리 로드맵을 전부 공개해버려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연준이 3%까지의 금리인상에 못을 박는 발언을 하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곧바로 3%를 돌파한 것이다. 한껏 높아져버린 할인율에 성장주 중심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4.연준의 역레포금리 0.3%에서 0.8%로 인상. 역레포금리란 시중은행과 중앙은행과의 초단기 예금이자를 의미한다. 역레포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안전한 현금을 연준에 넣어 이자를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며 시장 하락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아니 근데 기준금리를 0.5% 올렸으면 역레포금리도 오른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5. 월스트리트의 투매. FOMC라는 컨텍스트를 제외하고 보았을 때 급상승 뒤 급하락은 전형적인 기관들의 개미털기이다. 시장 공포가 극에 달한 지금 FOMC를 땔감 삼아 기관들이 담함하여 개미를 털어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피면 모를까, 시총이 굵직한 기업들이 모인 거대한 미국시장에서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다소 음모론 같이 들린다.)
어휴, 그만하자. 저 위에 어떠한 것도 5%의 폭락을 설명할 만큼의 이유가 되진 못한다. 결국 돌고돌아 얻어낸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버핏이 그래서 최근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시장을 읽어내려고 쓸데 없이 용쓰지 말라"라고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기가 생겨서 머리를 열심히 굴려봤다. 그래서 도달한 내 나름 그나마 납득이 되는 이유를 찾아냈다.
셋. 피어나는 연준에 대한 시장의 불신
5월 5일 일간 차트를 15분 봉으로 보면 개장 직후인 9시반 쯤에 (EST 기준) 큰 폭의 하락이 있었다. 정확히 미국의 실업수당청구건수, 1분기 비농업부문 생산성지표, 그리고 단위노동비용이 발표된 시점이었다. 세가지 지표 모두 예상치를 크게 underperform 했다:
1. 실업수당청구건수 - 예상치:182k, 실제: 201k.
2. 비농업부문 생산성 지표 - 예상치: -5.4%, 실제: -7.5%
3. 단위노동비용 - 예상치: 9.9%, 실제: 11.6%
파월은 "미국 경제는 강하다. 고로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에도 경기침체는 오지 않는다" 라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고용과 생산성 지표가 엉망으로 나와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니 시장은 연준에 대해 의심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것 역시 5% 폭락을 설명할 만큼의 이유가 되지는 못하지만, 5 중 약 1에서 2 정도는 담당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만 더 가보자. 20년 3월 부터 21년 11월 까지 연준의 스탠스를 복습해보자. 코로나가 미국에 상륙하며 증시가 연일 폭락을 했다. 금융위기의 전조가 보이자 연준은 선제적인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그리고 시장이 삐걱일 때 마다 배트맨처럼 나타나서 돈을 뿌려 증시를 되살렸다. 학습효과가 생긴 시장참여자들은 "시장이 삐걱이면 연준이 또 돈 뿌리겠지"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20-21년 증시는 불 같은 상승장을 이어나갔다.
20년 3월 부터 21년 11월 까지 연준의 스탠스를 복습해보자. 코로나가 미국에 상륙하며 증시가 연일 폭락을 했다. 금융위기의 전조가 보이자 연준은 선제적인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연준의 목표는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종 변이 바이러스나 사망자 증가 등의 악재 탓에 증시가 삐걱거릴 때마다 돈을 뿌려 증시를 되살렸다. 학습효과가 생긴 시장참여자들은 "시장이 삐걱이면 연준이 또 돈 뿌리겠지"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20-21년 증시는 불 같은 상승장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바닥을 기는 실물시장과 천장을 뚫어버린 증권시장의 괴리가 이어졌다. 그 탓에 연준의 정책에 대해서 추후에 감당 못할 버블을 키운다는 지속적인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연준은 "인플레는 일시적이다", "경기는 회복되고 있다" 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그 덕에 지난 2년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금융위기는 커녕 증시호황을 즐기며 위기를 넘겼다.
1편 "연준과 오미크론"에서 말했듯 연준이 두려워 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는 일이다. 경기가 침체된 국면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증시가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21년 11월까지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잃는 일은 크게 없었다. 아무리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와도 "일시적이다" 라며 어물쩡 넘어갔다. 하지만 일시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는 않았던 걸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연준의 완화적 정책에 태클을 걸지 않았다. 왜냐, 증시가 호황이었으니까. 물가니 버블이니 해도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열매가 너무 달콤하니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는 이 돈 뿌리기를 더더욱 정당화 했다. 전례없는 전염병에 경제가 전례없는 타격을 입었는데, 전례없는 돈 뿌리기가 없으면 경제는 멸망할 것이라는 논리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시장은 연준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며 2년을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뿌린 돈을 되려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이 돈을 뿌릴 때 "인플레는 일시적이다"라는 명분으로 안심을 시켰다면, 이제 돈을 도로 걷는 상황에선 "미국 경제는 강하다"라는 명분을 만들어 안심시키려고 하고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만큼 잘 통하지 않는다. 왜냐,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증시가 불황일테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말을 시장이 진짜 믿은 것이 아니다. 못 미더워도 증시가 오르고 본인들 재산이 불어나니까 미심쩍어도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경제가 강하다는 연준의 말을 믿지 않아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다. 자신들의 주머니가 얇아지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은 연준의 긴축에 거세게 반발할것이다. 특히 미국경제가 좋지 않다는 지표가 나오면 나올 수록 연준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것이다. 그렇게 연준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면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연준은 현재 코로나 직후보다 까다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잡아야겠는데, 그렇다고 경기침체가 오는 것은 두렵다. 패닉셀로 인한 붕괴를 막기 위해 "경기는 강하다"며 안심시키고자 하는데, 막상 본인들도 자신이 없는지 "humble and nimble" 하게 가겠다는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월과 연준의 이사진이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두마리 토끼는 못 잡을 것 같으니 노선을 틀어 폴 볼커 때 처럼 경기를 죽여서라도 물가를 잡을 것인지, 앞으로 연준의 행보를 두 눈 똑바로 키고 봐야 할 것 같다.
너무 뇌피셜이라 이런 얘기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머릿속에 있는 것은 써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나는 약 반년 간 FOMC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파월의 말을 직접 듣는 것과 추후 기사로 정리된 내용만을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느낀 점은 파월이 과도하게 친절했다는 것이다. 보통의 FOMC의 경우 향후의 정책에 대해 끝을 흐리거나 애매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인들이 잘하는 화법, 그거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75bps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라고 대쪽 같이 못을 박았다.
너무 친절하고 명확해서 되려 불안했다. 내가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꿰뚫는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의지와 본성은 상반된다"라는 것이다. 자매품으로는 "빈수레가 요란하다", "사기꾼은 혀가 길다", "돈이 관심 없다는 사람은 돈에 미친 놈이다" 등이 있겠다. 원래 사람은 쫄거나 자신이 없으면 말이 많아진다. 파월이 정말 경제와 연착륙에 자신이 있었으면 올해 말까지 금리인상 계획을 전부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다. 연준도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알고, 까딱하다간 시장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더더욱 용을 쓰며 시장을 달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여유없는 모습은 밑천을 되려 까발리는 경우가 많다. 과연 연준의 친절함이 시장의 안정을 줄지, 아니면 되려 큰 불안을 야기할기도 지켜보면 좋은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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