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그리고 암호화폐
- Minwu Kim
- 2022년 1월 26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2월 25일
어안이 벙벙한 일주일이었다. 떨어질 건 알고 있었지만 주식시장이 이렇게까지 수직낙하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따로 언급할 뉴스도 없는 것 같다. 곧 열릴 FOMC에서 파월이 더 긴축적인 스탠스를 보이면 시장은 추가적인 조정을 겪을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이 무서운 하락세에 조금은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서론이 너무 길다는 SuMin Kim 선생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글이다. 저번 글들보다 객관적 사실보다 아님말고 식의 의견들이 많이 들어갈테니 염두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내자면, 나는 비트코인에 대해선 부정적, 암호화폐에 대해선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런 입장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1. 내가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
A. 실패한 탈중앙화
비트코인이 내세우는 핵심가치는 탈중앙화이다. 화폐 거래내역을 은행이란 중앙집권적 집단이 보증하는 대신 블록체인으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보증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정부의 통화정책과는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라. 연준이 유동성을 급하게 회수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대비 반토막이 나버렸다 (야수의 심장으로 숏..). 아이러니하게도 탈달러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달러가 필요하다. 탈중앙화라는 명분이 무색하게 비트코인 가격은 오직 달러수급에만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번 한달 들어선 어제 딱 한 번 주식시장과 디커플링됨을 뜻하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B. 보안문제
블록체인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과반수가 동의하면 통과"하는 메커니즘이다. 반대로 얘기해서 전세계 모든 블록체인의 절반이 넘는 물량을 한 사람, 내지는 한 집단이 확보한다면, 장부 조작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가장 가까운 단체가 중국이다. 중국은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시진핑이 현재 코인 채굴을 도태산업으로 지정하거나 채굴을 아예 금지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하고는 있지, 현재까지도 중국 내에서 채굴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능성이 적은 얘기지만 이론적으론 중국은 비트코인 공격이 가능하다.
C. 비트코인은 대체가능하다.
C-1. 비트코인은 알트코인으로 대체가능하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가치로 네트워크 효과를 얘기한다. 남들이 달러를 쓰니 나도 달러를 써야하고, 남들이 페이스북을 쓰니 나도 페이스북을 쓰고, 남들이 카톡을 쓰니 나도 카톡을 써야한다. 같은 논리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쓰니 나도 비트코인을 써야한다는 것이 비트코인 신봉자들의 논리이다.
범용성만을 얘기하자면 비트코인은 가장 시초의 암호화폐이고 현재도 굳건히 전세계 코인시총 1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전세계 화폐구실을 하기 위해서 그걸로는 불충분하다고 본다.
달러 뒤에는 미국의 신용이 있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뒤에는 친구들과의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이 있다.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려면 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르다. 비트코인에서 다른 알트코인으로 넘어가는 건 크게 불편한 일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가장 원시적인 1세대 암호화폐로서 많은 결함과 개선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현재 2세대 이더리움을 시작으로 3세대 폴리곤, 폴카닷, 솔라나 등 기능이 개선된 알트코인들이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혹자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이더리움은 디지털 원유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는 비트코인의 부족함을 애써 부정하려는 얄팍하게 끼워 맞춘 설명이비 않을까 싶다. 금과 원유는 각각의 효용이 있지만, 비트코인의 기능은 이더리움의 부분집합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다음 알트코인들은 이더리움보다도 더 보완 된 기능을 탑재하고 시장에 나올것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 된다는 전제하에 시총 1위는 계속해서 새롭게 개선된 알트코인이 대체하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C-2. 비트코인은 CBDC로 대체가능하다.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발급하는 디지털 화폐이다. 중국이 CBDC보급의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고 미국 역시 4일 전쯤에 CBDC 페이퍼를 발행해 디지털 달러를 점차 뿌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무리 비트코인이 덩치가 커도 국가가 나서서 본격적으로 경쟁한다고 하면 아마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페이스북의 Libra 프로젝트가 정부한테 어떻게 철퇴를 맞은지 보라).
다음주 글에 보다 세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발간된 CBDC 페이퍼를 읽어보면 계속해서 민간 암호화폐의 불완전성과 한계에 대해 언급하는 등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머지 않은 시간에 연준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칼을 빼들을 것으로 보인다.
D. 친환경 문제
전세계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 사용하는 전력은 이미 스위스의 국가의 전력 사용량보다도 높다. 그 많은 전력이 해시함수 푸는데에나 쓰이고 있다. 친환경이란 시대정신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비트코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해서는 비트코인만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암호화폐의 발전은 앞으로 사회에 많은 효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이나 현재까지 많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 초반에 암호화폐에 대해선 "중립적"이라고 한 것이다. 조금만 더 세세하게 들어가보자.
2. 내가 암호화폐 시장을 보는 시선.
A. 암호화폐의 효용
현재 화폐 시스템에 불편함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주 간단한 예시로 어디 다큐에서 본건데 원화를 인도네시아로 송금하려면 송금과 환전 수수료로 약 20%를 떼인다고 한다. 암호화페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면 무역과 금융거래까지 보다 더 활성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와 Web3에서도 암호화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암호화페는 가상현실 내 자산 소유권이나 P2E 등을 구현해낼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이건 내가 나중에 따로 한 번 써볼 예정이니 일단은 넘어가겠다.
B.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리스크
B-1. 미성숙한 투자자들
코인 시장에 기관 투자자들이 전례없이 많이 들어오고, 개인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도 전보다는 많이 개선이 되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여전히 멍청한 개미들의 무지성 매매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비록 전망 좋은 코인들과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많지만, 검증 안 된 사짜들도 코인시장에 판을 치고 있다. 머스크의 훌리건 짓에 개발자들이 장난으로 만든 도지코인은 개당 0.7달러까지 오르며 전세계 코인 거래량 1위, 시총 9위까지 간적이 있다.몇 달전에는 오징에게임 대히트 직후 오징어 코인 (squid coin) 이 2000배 이상 쏘고 끝내 사기로 드러난 바 있다. 주식도 우량주와 잡주가 있듯 코인도 코인 나름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 코인시장이 옥석을 가려낼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그 말은 즉슨 좋은 코인에 투자해도 시장이 좋은 코인을 못 알아봐 합당한 보상을 못 볼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얘기하자면, 그렇다고 코인 시장을 거들떠도 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자산의 내재가치보다 수급에 가격이 움직이는 코인시장의 특성을 파악한다면 어떻게 코인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을지가 보인다.
코인은 다른 자산보다 차트매매가 더 잘 들어맞는 편이다. 차트매매는 자기실현적인 부분이 있다. 더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차트를 신경쓸수록 차트매매의 정확성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 많은 투자자들이 코스피는 3000선에선 반등한다고 여기면 실제로 3000선에서 그들의 매수세가 들어오고, 그것이 실제로 지수를 반등시킨다. 기업가치 분석이 우선되는 주식시장과는 달리 코인시장에선 단순히 수급과 가격움직임을 보고 투자하는 부류가 많기 때문에 차트매매의 정확성이 높은 편이다.
B-2. 불안전성
코인 시장은 매우 안전하지 못하다.
첫째로는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으로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거래소의 보안 문제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업비트와 빗썸을 뿐만 아니라 바이낸스나 핫비트 등 해외거래소들도 이미 해킹을 당한 이력이 있다. 전통적 은행에 비해 계좌개설이나 이체가 간편한 대신 보안 문제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둘째로는 금융범죄, 즉 사기이다. 앞서 말했듯 코인판에는 사짜들이 너무 많다. 통계적으로 암호화폐 중 약 80%가 사기이며, 하루 평균 코인시장 사기피해 금액이 약 100억원에 달한다.
셋째로는 미비된 제도이다. 코인 투자자들은 금융범죄로 신음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예를 들어 ICO에 성공하여 수백 수천억의 자금을 모으고 사업에 실패해도 코인을 발행한 회사는 반납 의무가 없다. 이렇듯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듯 코인 시장은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된 상황이며, 개인이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코인 시장에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단순히 자산가격에 대한 리스크 뿐만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리스크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3. 정부의 암호화폐 죽이기 (!?)
글의 마무리로 왜 정부는 코인시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제하지 않는지 조금 얘기해보고자 한다. 앞서 얘기했듯 비트코인의 핵심가치는 탈중앙화, 혹은 탈달러이다. 2편 달러에 대한 글에서도 다뤘듯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 왜 미국은 당장 눈엣가시인 비트코인을 죽이지 않는 것일까.
가장 표면적인 이유로는 탈달러를 하겠다는 투기집단이 뭐가 예쁘다고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느냐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다면 정부의 보호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혁신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달러의 아성에 도전하는 비트코인도 있지만 앞서 얘기했듯 사회적 효용을 가져다줄 비전있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비트코인을 죽이겠다고 혁신산업까지 싸그리 죽여버리는 것은 자본주의스럽지 못한 접근이다. 그리고 혹여 직접적인 법적 규제를 가한다면 코인회사들의 집단소송을 면치 못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 두 이유만으로는 미국정부의 행동이 완전히 설명이 안 된다. 당장 페이스북의 리브라 코인은 저커버그가 찍소리도 못하게 짓밟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은 내버려 두는 것일까. 자세히 생각해보면 암호화폐 시장이 미국정부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이 있다. 바로 유동성을 묶어둔다는 것이다.
1편 연준과 오미크론에서 설명했듯 코로나 이후 연준은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례없는 금리인하와 돈뿌리기를 시행했다. 그렇게 실물경제에 흘러들어가고도 남은 잉여 유동성은 금융자산으로 버블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유동성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전통 자산 뿐만이 아닌 코인시장으로 상당부분 흘러들어가면서 유동성을 묶어두는 것이다. 이렇듯 코인시장은 현재 전통자산의 버블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전통자산의 버블이 터지면 경제에 큰 타격을 입는다. 주식시장 경우 수많은 기업과 연기금이 얽혀있고, 부동산은 서민들 부채가 얽혀있는데, 코인시장은 투기꾼들의 잉여자금을 모아놓은 곳에 불과하다. 이런 코인시장의 버블이 꺼지는 것은 실물경제에 타격이 훨씬 덜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준이 긴축을 선언한 지금은 어떨까. 이제는 효용을 다한 암호화폐 죽이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얘기하려면 최근 연준이 발표한 CBDC페이퍼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데, 그건 다음주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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